“세비 깎거나 동결” 염치있는 美의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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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고통 큰데 인상 안될 말”… 기퍼즈 의원 등 앞다퉈 제안

“많은 국민이 실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해마다 자동으로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의회가 해마다 세비를 올려야 할 이유가 없다.”

클레어 매카스킬 미국 상원의원(민주·미주리)은 “의회가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하는 것은 세비의 자동인상 조항”이라며 의원들의 세비를 동결하자고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클리프 스턴스 하원의원(플로리다)도 “올 재정적자가 1조5000억 달러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회가 지출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의원들의 세비를 동결해야 한다”고 했다. 미 의회 소식지 ‘더 힐’은 올 들어 2013년 세비를 동결하거나 삭감을 요청한 법안이 모두 18개 제출됐다고 전했다. 의회는 이미 올해와 내년 세비까지 묶어놓은 상태이지만 의원들은 2013년 세비까지 동결해야 한다며 앞 다퉈 법안을 내놓고 있는 것.

미국에서는 1989년부터 ‘의원들은 강연료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등 윤리규정을 강화한 이후 세비를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일정 비율만큼 올리도록 묶어놓았다.

2012년까지 동결된 상하원 의원들의 세비는 1인당 연 17만4000달러(약 1억7920만 원)다. 현재 각 당 원내대표는 19만3000달러(약 2억887만2000원),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경우 22만3500달러(약 2억4138만 원)를 받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법안은 올 초 머리에 총격을 받고 기적적으로 생존한 개브리엘 기퍼즈 의원(민주·애리조나)이 발의한 ‘세비 5% 삭감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13년에 총 460만 달러(약 49억6800만 원)의 세비가 줄어든다. 세비 10% 삭감을 요청한 의원도 3명이나 된다. 미국에서 의원들의 세비가 삭감된 때는 대공황 당시인 1933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의원들은 세비를 5% 삭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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