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 전체회의 여야 설전 10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일 검찰소위에서 대검 중수부의 수사 기능 폐지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민주당 의원들과 합의하지 않았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능 폐지 논란이 자칫 1년 4개월을 끌어온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모든 논의를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이 10일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안을 6월 임기국회 때 처리하지 않으면 그 외의 다른 사법개혁안을 처리하는 게 의미가 없다”면서 사법개혁안 전체를 보이콧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주장대로라면 법원개혁안은 다 통과되고 검찰관계법심사소위의 핵심적인 안건은 하나도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 차원에서 도저히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사개특위의 논의 상황을 보고받고 “이런 식이라면 더는 사개특위를 진행할 수 없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사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은 주로 중수부 폐지 및 특별수사청 설치 등 검찰개혁방안을 주장해 왔고 한나라당은 경력법관제(법조일원화)와 양형기준법을 비롯한 법원개혁방안을 주도해 왔다. ▼ 野 “중수부 폐지 합의해놓고…” 與 “합의한 적 없다” ▼
그러나 현재 사개특위 논의의 흐름에선 중수부 폐지안과 특별수사청 설치 방안은 여야 간 견해차로 무산될 처지인 반면 법원개혁방안은
대법관 증원안을 제외하고 대부분 여야 합의가 됐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차와 포를 다 떼 주고 한나라당에 좋은 법안만
처리해줘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보이콧 움직임에 한나라당도 강공을 펼칠 태세다. 전날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의원 절대 다수가 중수부 폐지를 반대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중수부 폐지안과 대법관 증원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사개특위
활동을 6개월 연장해 추가로 논의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일부 한나라당 사개특위 소속 의원의 오찬자리에선 “야당이
저렇게 나오는데 앞으로 전체회의를 열어봤자 얻을 것이 있겠느냐”며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양 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하게 맞설 경우 지난해 2월 사개특위가 출범한 이래 오랫동안 논의돼 절충을 이룬 주요 사법개혁안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사개특위는 그동안 검사 변호사 등 법조 경력을 10년 이상 갖춰야만 판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경력법관제를 도입하고 판사마다 들쭉날쭉해 전관예우 논란을 낳았던 ‘고무줄 판결’을 근절하기 위해 양형기준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또 검찰의 과잉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압수수색 요건을 강화하고 검찰시민위원회를 설치해 시민들이 검찰수사를 감시하도록 하는 안건에도
여야가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 즉, 4월 임시국회에서 이미 처리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포함하면 법원, 검찰,
변호사 관련 개혁안 19개 안건 중 대법관 증원과 특별수사청 등을 제외한 14개 안건(74%)이 합의된 것이다.
○ 사개특위 ‘거짓말 공방’
이날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선 여야 의원들이 중수부 폐지안에 합의했는지를 놓고 ‘거짓말 공방’을 거듭했다. 검찰소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이 3일 언론에 “중수부 폐지안에 여야가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검찰소위 소속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은
“방법론적인 합의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의원은 “속기록을 보면 다 확인할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그렇게 주장하면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박 의원이 속기록을 발췌해 공개하자 검찰소위 소속의 장윤석 의원은 “나는 중수부 폐지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의견을 말했는데
그중 일부만 발췌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속기록 전체를 읽으며 반박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 위원장은 정회를 선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하기도 했다. 속개 후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짓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거부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격도 계속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이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던 분들이 청와대가 한마디했다고 입장이 표변해서는
한나라당은 ‘거수기 정당’ ‘꼭두각시 정당’이란 지적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이날 대검 중수부 운용개선 방향에 대해 “중수부가 어떤 사건을 수사하느냐에 관한 요건을 규정으로 정하겠다”면서 “중수부에서 하는 사건을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떠오르는 ‘연장론’
여야는 이날 회의가 끝날 무렵 간사협의를 통해 15일과 17일 각각 법원관계법과 검찰관계법을 논의하고 20일 전체 개혁안을
처리하기로 가까스로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일단 한나라당은 “중수부 폐지 문제는 법원 구조개혁 논의와 함께 사개특위 시한을 연장한 뒤
논의하자”고 민주당을 설득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국민은 당장 중수부를 폐지하자면 25%가 찬성하지만
특별수사청을 설치하고 중수부를 폐지하자는 데는 50%가 찬성했다”면서 최근 청와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중수부를
대신할 기구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박영선 의원은 “6월 국회에서 중수부 폐지안을 포함한
개혁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일단 다음 주 각 소위 간사들끼리 처리안건을 논의할 때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 “사개특위 시한을 연장하자”는 분위기도 적지 않아 여야가 전격적으로 시한 연장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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