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변화 거부는 미래를 포기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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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 ‘전대 경선룰’ 논란
‘당권-대권 분리 반대’ 박근혜 겨냥 날선 목소리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7·4전당대회 경선 ‘룰’ 개정 방안 중 핵심 사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자 당내 ‘키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뜨겁다.

핵심 사안인 △당권-대권 분리 규정 완화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 △선거인단 확대를 둘러싼 예비 대선주자들과 각 계파의 ‘숨은 셈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 박근혜의 원칙과 현실

박 전 대표는 19일 황우여 원내대표와 만나 △당권-대권 분리 완화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분명히 했다. 선거인단 규모 확대에 대해서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 측 핵심 인사는 20일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당권-대권 분리는 박 전 대표가 대표 시절 채택한 방안으로 한때 당 개혁의 ‘아이콘’이었는데 이를 바꾸려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최근 ‘당이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지 국민이 당을 위해 존재해야 하느냐’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전했다. 평소 국정 운영을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생각은 하지 않고, 선거를 앞두고 전대 규정을 고쳐 위기를 넘기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당헌·당규의 전대 규정이 잘못돼 한나라당이 선거에 지고 위기에 빠졌느냐”고 반문했다.

현실적으로도 당권-대권 분리가 완화되면 박 전 대표에게 ‘조기에 당 운영 전면에 나오라’는 요구가 거세질 우려가 있어 친박계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선거인단 규모 확대는 친이(친이명박)계에 비해 여전히 조직력이 약세인 친박계로선 유리한 방안이다.

○ 정몽준-김문수-친이계 반발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변화 거부는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정 전 대표는 “당이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무엇을 위한 원칙이고 무엇을 위한 당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한 측근도 전날 박 전 대표와 황 원내대표의 비공개 회동에 대해 “박 전 대표야말로 ‘제왕적 대선후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범친이계 대선주자인 정 전 대표와 김 지사는 당권-대권 분리 완화에 대해 이해가 일치한다. 크게 앞서가는 박 전 대표를 따라잡기 위해선 대선후보 경선 한 차례보다는 승부수를 던질 기회가 여러 번 있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 완화되더라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나오지 않을 경우엔 당내 지지기반 확대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 선거인단 규모 신경전

소장파는 선거인단 규모가 커지면 쇄신과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친이계 구주류의 조직력을 돌파할 수 있다며 이를 관철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최고위원 분리도 전대에서 자신들의 공간을 넓혀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표직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쉬운 최고위원 배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권-당권 분리 완화에 대해 정두언 전 최고위원은 찬성 의사를 밝혔으나 박 전 대표가 반대하는 이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친이계 구주류를 이끄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전대 ‘룰’을 정하는 구도에서도 불리해지고 있다. 특히 선거인단 규모 확대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강점인 친이계로선 내심 불안한 상황이다.

○ ‘경선 룰 개정이 쇄신의 전부냐’ 비판

경선 ‘룰’ 개정 논의를 진행 중인 비대위 위원장인 정의화 국회 부의장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비대위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팎에선 “당의 정체성과 진로 논쟁은 쏙 빠지고 책임론과 전대 룰이 전부인 쇄신 논의는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누가 대표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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