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쇄신모임이자 신주류로 떠오른 ‘새로운 한나라’가 독자 후보를 내 차기 당권을 거머쥐는 방안을 포기했다. 이 모임 소속의 남경필 정두언 의원이 쇄신 움직임의 전면에 나서면서 “당권 경쟁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 18명이 모여 앉은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의 한 회의실에선 긴장감이 흘렀다. 조원진 의원이 “남경필 정두언 선배가 계속 앞에 나서는 게 국민 보기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말할 때였다. 당 쇄신을 꾀한다는 순수한 성격으로 시작한 모임이 특정인의 당권 경쟁 발판인 양 인식된다는 지적이었다.
조 의원 앞에 앉아 있던 남, 정 의원은 이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사전에 취합된 회원들의 의견에도 ‘정두언 남경필 책임론’을 기재한 의견이 상당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 의원은 오히려 “전당대회 후보 선출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자는 것은 전에 내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의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논의는 결국 “전당대회 후보 문제는 새로운 한나라 차원에선 논의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당초 내부 경선 혹은 합의로 단일 후보를 내겠다는 기류가 급작스럽게 바뀐 것이다.
의원들이 ‘남, 정 의원 책임론’을 꺼낸 것은 남, 정 의원이 언론들의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들이 자천타천으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면서부터다. 곧바로 정 의원은 얼마 전까지 당 최고위원으로서 참패한 4·27 재·보궐선거를 이끌었다는 비판이 나왔고, 남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했지만 선거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점이 제기됐다. 이들이 “새로운 한나라를 대표할 쇄신 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고민과 함께 조직의 순수한 목적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한나라가 전당대회와 계속 별개로 굴러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당의 전면에 내세울 인물 쇄신이 당 쇄신의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모임 소속의 또 다른 쇄신파 당권주자인 권영세 의원은 “결국은 당권 주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안 나올 순 없겠지만 일단은 당 개혁에 충실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냈던 주호영 의원이 새로운 한나라에서 탈퇴했다. 대신 성윤환 의원이 새로 가입해 회원수는 44명을 유지했다. 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모임 소속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그 뜻에 동감한다고 했더니 이름을 올려놨다”면서 “그 후 일부 활동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생각하던 중 어제 회비를 내라고 연락이 왔기에 빼달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수개월 전까지 정부에 몸담고 있었는데 정치적 결사체 가입은 아직….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도, 쇄신 모임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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