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0원… 아직 빌어먹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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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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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그의 월급명세서는 ‘0원’이다. 스스로 ‘빌어먹는 처지’라고 자조한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사진) 얘기다.

당 내 교육전문가로 통하는 조 의원은 지난해 4월 법원의 금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가 전교조의 고소로 같은 해 9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이행강제금 납부를 위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조 의원은 국회의원 세비 800여만 원 중 50%를 전교조에 냈다. 급여 채권의 50%에 대해선 압류를 금지한 민사집행법 제246조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후 ‘국회의원 세비는 급여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고 조 의원은 같은 해 11월부터 세비 전액을 전교조에 내고 있다. 조 의원은 세비 중 일반수당, 정액급식비, 가계지원비 등은 급여에 해당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항소했지만 인천지방법원은 이달 6일 이를 기각했다.

조 의원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긴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국회의원도 사람인데 돈줄을 이렇게 막으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법원이 상식적인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에는 조 의원의 개인 명의로 된 후원금 계좌와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계좌에 대한 동결조치도 포함됐다. 정치활동을 위한 공식적인 돈줄이 모두 막혀버린 것이다.

조 의원은 “국회의원 조전혁과 가정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자연인 조전혁’은 구분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가끔 식사자리에서 지인들에게 ‘얻어먹기’도 한다는 조 의원은 “다행히 아내가 돈 문제에 어느 정도 초탈하고 가족과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줘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면서도 “전교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리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말했다.

조 의원의 ‘세비 0원’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일부 지역구(인천 남동을) 인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를 돕겠다고 거들고 있다. 주민 박모 씨(56)는 “후원회 계좌로 보낸 정치자금은 조 의원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동결 조치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4월 말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가 5일만 게시한 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법원은 당시 “공개 시 하루에 3000만 원씩 전교조에 내야 한다”고 결정했고 조 의원은 재산 상태를 점검한 뒤 5일(1억5000만 원)만 게재한 것. 지금까지 7000여만 원을 전교조 측에 낸 조 의원은 올해 2월 법원으로부터 이행강제금을 하루 3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받아 총납부액이 1억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줄었다.

“이제 3000만 원가량 남았으니 3개월 후에는 집에 월급의 일부라도 가져다줄 수 있게 됐다”는 조 의원은 “때때로 가슴이 먹먹하지만 전교조 명단 공개 결정에 후회는 없다”며 웃었다. 조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전교조 명단 대신 전국 1만5952개 학교의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가입 현황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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