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관 ‘상하이 스캔들’]제보자료 조작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복수의 언론사에 鄧남편 진씨 명의 메일 “정관계 파일, 아내 컴퓨터 것 아니다”
언론보도 보고 화들짝 놀란 진씨 반박… “그런 메일 안보내… 누군가 해킹 의혹”

‘상하이 스캔들’ 사건에서 해킹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여성 덩신밍 씨의 남편이자 중국 상하이(上海) 주재 한국총영사관 기밀 유출을 처음 제보한 진모 씨(37)가 자신의 e메일 계정이 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10일 오전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주요 언론사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J 부총영사와 상하이 주재 김모 영사, 진 씨 등 3명이 나를 ‘날리는’ 공작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진 씨가 ‘덩 씨 자료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자료는 없다’는 e메일을 한 언론사 기자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김 전 총영사가 이날 공개한 e메일은 9일 오후 11시 15분 진 씨가 내일신문 등의 언론사 기자에게 보낸 것. e메일에는 “제가 법무부에 제출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자료 중에는 제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도 섞여 들어가 있다”며 “국내 정관계 인사 200명의 자료는 솔직히 제 와이프의 컴퓨터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라고 적혀 있다. 진 씨의 이 e메일을 받은 언론사는 이를 보도했다.

현재까지 법무부 및 각 언론사가 확보한 자료는 진 씨가 아내 덩 씨로부터 입수한 것이며, 덩 씨는 이 자료를 김 전 총영사에게서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영사가 주장하는 대로 진 씨가 제출한 자료에 국내 정관계 인사 자료가 없다면 결과적으로 현재 유포된 덩 씨 자료는 김 전 총영사에게서 흘러나간 것이 아닌 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김 전 총영사의 말과 동일하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상황은 다시 급반전됐다. 진 씨가 모 언론사에 e메일을 보내 “내 메일이 해킹당했다”고 반격에 나섰기 때문. 진 씨는 e메일에서 “누군가가 (사건을) 조작·은폐하려는 것 같다. 내가 작성하지도 않은 메일이 언론사에 전달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진 씨는 배후에 김 전 총영사를 비호하려는 세력이 있거나 불륜 파문을 일으킨 이들의 소행일 여지가 있다고 의심했다.

법무부도 “감찰관실에서 작년 12월 말 진 씨와 통화한 뒤, 총 네 차례에 걸쳐 e메일로 영사들의 사진과 MB 선대위 연락망, 영사관 비자 발급 현황 등 유출 자료 등을 직접 전달받았다”며 김 전 총영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진 씨가 지인에게 보낸 e메일에도 “아내 컴퓨터에서 대통령 선대위 자료를 찾았다”며 “이 여자가 간첩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적혀 있다.

상황이 반전되자 김 전 총영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진 씨의 e메일이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