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자법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7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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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7일 국회 행정안전위가 지난 4일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의결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자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서자 여야 모두 정자법 개정안은 3월 국회에서 처리될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면서 유보적인 태도로 급선회했다.

이에 따라 행안위에서 기습처리돼 3월 국회에서 본회의까지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자법 개정안은 급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처리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자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은 한마디로 입법 로비의 면죄부를 주는 소급입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이 법의 적용 시점은 19대 국회 이후로 미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행안위 의결 과정에서 공개적인 논의가 생략된 것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정부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해 정부로 보낸 법률안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다시 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현정부 들어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청와대가 이 같은 언급을 하고 나선 것은 실제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국회를 강하게 압박함으로써 정자법 개정안 처리를 무산시키거나, 최소한 적용시점이라도 19대 국회 이후로 미루도록 내용을 수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자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며 "법사위에서 국민 여론과 법리상 문제점 등을 철저하게 재검토, 신중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고, 김무성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월 국회에서 꼭 처리하겠다고 시한을 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3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히면서 여야 모두 정자법 개정에 대해 일단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국회 행안위는 4일 지난해 말 처리하려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정자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해 10분 만에 의결해 법제사법위에 넘겼다.

이 법안은 기부받은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국회의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입법로비를 허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 사건의 처벌 조항은 없어지게 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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