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의 힘?…이슬람채권법 사실상 좌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3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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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채권(수쿠크)에 과세혜택을 주는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할 지경에 놓였다.

한나라당이 당내 논란 끝에 이슬람채권법을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민주당에서는 아예 법안을 폐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슬람채권법은 2월 국회 내 논의가 종식돼야 할 뿐 아니라 완전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슬람채권법을 통해 유치하려는 오일머니가 이미 30조원이나 들어와 있는데다, 정부가 UAE(아랍에미리트) 원전수주 관련 대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급하게 이 법안을 추진했다는 의혹까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내달 4일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수렴키로 했지만 정책위의 입장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진통 끝에 이슬람채권법을 처리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 시비 등 법률적 문제도 있지만 강한 응집력을 보여주는 개신교계의 반발 때문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전병헌 의장도 법안의 폐기 처리가 불가피한 이유로 "종교계에 다가올 갈등과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층을 지지기반으로 한 한나라당은 사정이 더 어렵다. 개신교 단체 일부 인사들은 지난 17일 안상수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이슬람채권법을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기독인회 회장인 이병석 의원은 최근 기도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슬람채권법이) 특정 자금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닌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종교를 의식하는 듯한 두 당의 행보에 대해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것이야말로 선거의 영향을 미치는 권력화된 교회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정치권에서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낙선운동'을 언급한 개신교계의 태도에 대해서도 "헌법이 정한 종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되고 선거법에도 저촉될 수 있다"며 비판을 가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란 점 때문에 이 문제가 자칫 종교 간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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