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北 “민간인 사망 유감이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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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방패 형성한 南에 책임”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한 남측 민간인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책임은 남한과 미국에 떠넘겼다. 더욱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는 “민간인 중에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다”고 조직원들을 속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논평을 통해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하지만 그 책임은 이번 도발을 준비하면서 포진지 주변과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해 ‘인간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당시 적의 포탄들은 우리의 포진지에서 멀리 떨어진 민가 주변에까지 무차별적으로 날아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가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남과 북의 민간인 피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이는 남한 민간인을 공격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이 통신은 “미국은 연평도 일대에서 군사적 충돌이 터지자마자 기다리기나 한 듯이 서해에서 남조선과 연합 해상훈련을 벌이겠다고 발표하고 즉시 핵 항공모함을 출항시켰다”며 “이것은 미국이야말로 이번 사태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배후조종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총련은 27일 조직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려진 내부 자료에서 “사망했다는 (민간인) 2명에 대해 말한다면, 민간인이라고는 하지만 연평도 주민이 아니라 섬 주둔 해병대 군사시설 공사에 동원돼 본토에서 온 사람이며 군사시설 안에서 포격당한 것”이라고 선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총련 측은 “우리 공화국(북한)은 연평도에 있는 괴뢰군 포대를 정확히 타격했다”며 섬 주민들이 1차 포격 후에 다 대피했기 때문에 민간인 사망자는 없다고 강변했다. 북한이 스스로 민간인 사망에 대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혔음에도 총련에서는 ‘군사시설만 공격했고 민간인은 1명도 숨지거나 다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또 총련은 “남조선 호전세력이 연평도에서 공화국 영해에 실탄 포사격을 가하는 무모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고, 공화국은 이에 단호한 자위적 조치를 취했다”며 한국 측이 선제공격을 했다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미국과 남조선, 일본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중국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며 중국 측의 지원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북측의 주장에 맞서 군 당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책임 있는 당국이 사과하기는커녕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북측의 ‘인간방패’ 및 ‘유감’ 언급은 저들의 비인간적인 도발을 합리화하고 우리 국민과 군을 모욕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 당국이 아니라 언론매체를 통해 유감을 언급한 점, 유감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이번 사태가 남한과 미국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진정성 있는 유감 표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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