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비서관-재정부 간부 술자리 손찌검說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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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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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설 불거진 카페 내부 21일 청와대 비서관과 기획재정부 간부 사이에 취중 폭행설이 불거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카페 내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폭행설 불거진 카페 내부 21일 청와대 비서관과 기획재정부 간부 사이에 취중 폭행설이 불거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카페 내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대통령비서관이 복지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과장을 술을 마시다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양측은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와 재정부도 “친목 도모 자리였다. 폭행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해명은 엇갈린다. 이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조차 “술자리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와 재정부에 따르면 진영곤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53·행정고시 22회)과 정상혁 보건복지비서관(49·이화여대 의대 교수) 등 청와대 쪽 인사와 기획재정부의 김동연 예산실장(53·행시 26회), 소기홍 사회예산심의관(국장급·50·행시 27회), 최상대 복지예산과장(45·행시 34회) 등 재정부 간부 13, 14명이 21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S한우전문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 자리는 진 수석비서관이 내년도 사회복지 예산을 편성하느라 수고한 재정부 예산실 간부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김 실장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 8월까지 대통령경제1비서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을 차례로 지내 청와대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서민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복지예산을 더 달라”고 요구했고 재정부는 “제한된 예산이라 한계가 있다”며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이와 관련해 저녁식사 자리에서 진 수석비서관은 “올해 예산 배정이 잘 마무리돼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복지예산 수요가 늘어날 것인 만큼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식사비는 80만 원이 나왔고 진 수석비서관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계산했다.

오후 9시 반경 대통령비서관급 인사 2, 3명과 김 실장 등 재정부 인사 일부도 자리를 떴고 진 수석비서관, 정 비서관, 소 심의관, 최 과장 등 8명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C카페로 ‘2차’를 갔다. 이들은 이 카페에서 양주 두 병을 시켜 폭탄주를 돌렸고 술값은 62만 원이 나왔다. 이 돈은 소 심의관이 개인 카드로 지불했고 나중에 진 수석비서관이 개인 돈으로 소 심의관에게 지급했다.

문제의 폭행설이 불거져 나온 이 술자리 상황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정부 측 해명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또 청와대와 재정부의 설명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술에 취한 정 비서관이 복지정책과 관련한 재정부 공무원들의 인식과 행태를 비난하자 최 과장이 이에 반발하면서 언쟁이 가열됐고 결국 정 비서관이 손찌검을 하는 과정에서 최 과장의 안경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술병과 컵이 나뒹구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노컷뉴스는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이 ‘반말과 욕설이 난무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며 상황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C카페의 주인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정부 소 심의관은 25일 오전 재정부 기자실에 들러 “정 비서관이 최 과장이 동향 후배인 것을 알게 된 뒤 반가움을 과대하게 몸으로 표현하다가 최 과장의 안경을 떨어뜨렸다”며 “그 후 분위기가 썰렁해져 곧 자리를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소 심의관은 “두 사람 모두 경북 포항 출신이었고 (본적 등을) 따져보니 면 소재지까지 같았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정 비서관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원적이 경북 영일이며, 최 과장은 서울 출생으로 부모의 고향이 영일이다. 두 사람 다 연세대 출신이다. 둘 다 이른바 ‘영포 라인’과는 관련 없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소 심의관은 “정 비서관이 ‘같은 고향에 대학도 같은데 왜 지금까지 모르고 지냈는지 모르겠다’며 몸을 부딪치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사건 발생 이튿날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정 비서관이 최 과장과 언쟁을 하다 ‘아무리 예산편성권을 재정부가 갖고 있더라도 너무 관료적이었다’며 어깨를 툭 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어깨동무를 한 채 얘기를 나누고 있었으며 안경이 떨어진 직후 최 과장이 고함을 치며 벌떡 일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동영상=‘폭행’ 최철호 눈물… “인기떨어질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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