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3대세습 체제로]각국 전문가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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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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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김정은 반대 목소리 만만찮아… 3대세습 성공까진 험난한 여정”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대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는 3대 권력세습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2대 세습을 감행했던 1990년대 초반 북한의 정치경제 상황과 현재의 북한의 상황이 현저하게 다른 만큼 3대 세습이 공고화의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데이비드 강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한국학 연구소장은 “김정은에 대한 대장 칭호 부여는 그에게 권력이 승계되는 대장정에 있어 하나의 발걸음일 뿐”이라며 “노동당 비서가 되거나 국방위원장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이 3대 세습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고 정통성을 계승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학 석좌는 “플라톤이 지적한 것처럼 불량 국가에서 나쁜 지도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북한이 또다시 증명한 셈”이라며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으로 북한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희망사항”이라고 내다봤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차 교수는 “북한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에도 미국의 대북정책 역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교수는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에 임명됐지만 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아직 정해지지 않아 본격적인 후계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게무라 교수는 “군에는 원로그룹을 중심으로 김정은의 후계자 지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며 “김정은뿐 아니라 여동생인 김경희, 최룡해 등 측근인사를 대거 대장에 임명한 것도 군 내부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장롄구이(張璉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누구를 후계자로 삼는가 하는 것은 북한의 내정으로 보기 때문에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대장으로 임명해 앞으로 후계자로 공식 발표하면 이는 이미 정해진 절차에 따른 것으로 많은 사람의 관측이 맞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북한 국내정치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이 건재하기 때문에 내부 갈등이나 파벌 간의 다툼 등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가족에게 인민군 대장의 칭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내부 역학관계를 잘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김 위원장은 과거 70년대의 승계과정처럼 내부 불만이나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면 불만세력을 가혹하게 처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은 내세울 경력이 없는 김정은의 부족 부분을 채워준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군부에 대한 대폭 승진인사가 함께 이뤄진 것은 군부의 충성을 유도하고 3대 세습에 군부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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