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거 치를수록 돈버는 한국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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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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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보다 많은 국고보조… 지방선거 ‘순익’ 한나라 155억, 민주 101억

6·2지방선거를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1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를 치르면 정당이 수입보다는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과 배치되는 결과다.

14일 동아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당의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나라당은 6·2지방선거 때 후보자들에게 직접 지원한 60억 원을 포함해 80억 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 앞서 정부로부터 선거보조금으로 145억 원을 받았다. 지출액을 감안하면 선거를 치르기 위해 받은 국고보조금의 절반 정도를 당 금고에 남긴 셈이다.

선거공영제를 위해 선거가 끝난 뒤 후보자들이 받는 선거보전비용도 정당의 큰 ‘수익원’이었다. 정당 후보자의 경우 선거 때 쓴 자기 돈을 뺀 나머지 돈을 정당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32억여 원을 썼다. 본인 자산 20억 원과 후원금 12억 원, 정당 보조금 5000만 원이 수입원이었다. 선거에서 15% 이상을 득표한 오 시장은 선관위로부터 28억 원을 돌려받았다. 이 가운데 본인 자산 2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8억 원을 한나라당에 넘겼다. 한나라당으로선 5000만 원을 ‘투자’해 8억 원의 큰 수익을 남긴 셈이다.

이같이 6·2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이 당 소속 후보들로부터 넘겨받은 선거보전비용만 90억 원에 달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155억 원의 ‘선거 수익’을 냈다. 국고보조금과 선거보전비용을 합해 235억 원의 수입을 올린 반면 지출은 80억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지방선거로 101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방선거에서 177억 원(국고보조금 118억 원, 후보자들에게 넘겨받은 선거보전비용 59억 원)의 수입을 올린 반면 지출은 76억 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전문가들은 기존 정당에 유리하도록 짜인 정치자금법 규정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여야는 2008년 2월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후원회가 해산되면 남은 돈을 정당에 귀속되도록 했다. 선거 때만 한시적으로 후원회를 둘 수 있는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는 돌려받은 선거보전비용 중 본인 자산을 뺀 나머지 돈을 정당에 넘기도록 만든 것이다.

▼ “후원금까지 세금으로 보전 지나친 특혜” ▼

반면 무소속 후보는 선거보전비용 중 본인 자산을 빼고 남은 금액은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시설에 넘기도록 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후원금은 선거 때 쓰라고 일반인이 내는 것인데, 후원금으로 쓴 선거비용까지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것은 정당에 지나친 특혜”라고 비판했다.

선거비용의 대부분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우리나라의 선거공영제도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만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다. 미국 오리건 주나 몬태나 주는 2차례에 한해 선거공보물 발행 비용만 보전해 주는 정도다.

정당들은 ‘선거 특수’로 거둬들인 수입을 정당의 일상경비로 쓰고 있다. 하지만 선거보조금과 별도로 각 정당은 분기별로 일반 국고보조금까지 지원받고 있어 ‘이중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 상반기(1∼6월)에 지급된 일반 국고보조금은 한나라당이 66억 원, 민주당이 55억 원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선거가 있는 해에 돈을 많이 모아놓아야 선거가 없는 해에 당을 운영할 수 있다”며 “선거가 없다면 정당 살림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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