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MB, 계획에 없는 방러”… 천안함 입막음 의혹 제기

동아일보 입력 2010-09-11 03:00수정 2010-09-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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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5월에 초청받아 7월말 확정 이명박 대통령의 1박3일 러시아 방문을 놓고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일부 언론이 미확인 보도를 내면→한국 정부에 비판적인 외국의 인사가 칼럼 등에 인용하고→이를 받아 야당이 증폭시키고→인터넷에서 ‘진실’처럼 퍼져가는 한국적인 ‘의혹 재생산 구조’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음모론의 내용은 간단하다. ‘이 대통령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행사를 이유로 갑자기 러시아에 갔는데 이는 러시아가 쥔 천안함 폭침사건의 감춰진 진실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과연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짚어본다.

○ 음모론 구성요소 ①갑작스러운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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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9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당초에 계획에 없던 러시아 방문을 하는 것은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 보고서가 우리 정부와 차이가 있다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도 있었다”며 “친분을 쌓기 위해 간다는 청와대의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의혹 제기의 바탕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러시아 정부의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결과와 관련한 거래설’이 깔려 있다.

그러나 ‘예정에 없는 방러’라는 음모론은 전제부터 사실과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국과 러시아 외교부는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은 올봄 외교채널을 통해 제2회 야로슬라블 세계정책포럼에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천안함 폭침사건이 북한 소행이란 결론을 내린 정부가 5·24 담화문을 발표한 다음 날인 5월 25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의 뜻을 전했다. 20분간의 통화가 끝날 무렵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9월 (9∼11일) 야로슬라블 포럼에 초대하고 싶다”며 공식 초청 의사를 밝혔다.

이어 6월 17일 러시아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민주화와 효율이라는 주제에 비춰 볼 때 기업인으로 국가경제개발에 동참했던 이 대통령이 적임”이라며 기조연설을 요청했다. 이런 뜻이 담긴 친서가 21일 청와대에 전달됐다. 최종 방러 결정은 7월 말에 내려졌다. 사실 이 대통령의 9월 방러가 추진된다는 것은 7월부터 상당수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알고 있었다.

○ 음모론 구성요소 ②왜 굳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야 하나?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10월과 11월에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등을 통해 한-러 정상이 만날 기회가 최대 3차례 더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향후 회담 기회와 별개로 9월 정상회담 역시 ‘놓칠 수 없는 자리’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 참모는 “항상 대러시아 외교 역량을 질타하던 야당이 양국 정상이 하루 대부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행사를 왜 포기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반박했다.

야로슬라블 세계정책포럼은 지난해 시작돼 올해로 두 번째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경제는 다보스(스위스), 정치는 야로슬라블’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애착을 보이는 행사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현직 국가정상은 2명만 초대’라는 틀을 유지했다. 지난해엔 스페인 총리, 프랑스 총리가 초대됐다. 올해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이 대통령이 참석했다. 러시아 이탈리아 한국 정상이 따로 ‘이른 저녁식사’를 갖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 음모론 구성요소 ③그레그 전 대사의 의혹 제기

이번 방문이 ‘음모론의 표적’이 된 것은 미국 내 대표적인 ‘햇볕정책’ 지지자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의 8월 31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과 무관치 않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그가 “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은 기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는 “일부 한국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가 그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고 썼을 뿐이다.

물론 그가 ‘믿을 만한 러시아 친구(well-placed Russian friend)’라는 익명의 정보 출처를 인용해 “러시아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조사결과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주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쓴 것은 소스의 정확성 등 진위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사항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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