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한나라, 철원서 “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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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막판 2962표차로 역전승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의 개표 과정을 지켜본 한나라당 한기호 후보와 민주당 정만호 후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개표 중반까지는 정 후보의 우세. 5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한 양구 출신인 정 후보에게 고향 유권자들의 몰표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정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다. 28일 투표가 종료된 직후 잠정 집계된 양구군의 투표율은 53.3%로 이번 재·보궐선거 시군 가운데 최고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9시 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두 진영에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약 1000표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것. 유권자가 적은 화천, 양구, 인제군의 개표는 종반을 치닫고 있는 반면 이들 지역에 비해 유권자가 갑절 많은 철원군의 개표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철원은 한 후보의 고향이자 군 생활을 보낸 터전. 800표, 600표, 300표, 100표, 50표, 10표…. 표차를 줄여가던 한 후보는 결국 오후 10시가 지나면서 정 후보를 추월했다. 이 순간 한 후보 선거사무소에선 요란한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것으로 상황은 끝이었다. 정 후보의 지지 기반이었던 양구를 비롯해 화천과 인제군의 개표는 끝난 시점에 철원군은 아직도 20% 정도 개표가 남아 있었기 때문.

이후엔 한 후보가 계속 리드하면서 개표는 마무리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2962표. 비(非)철원 출신 국회의원 탄생을 기대했던 양구 주민들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 후보는 당선 직후 “700여 년 동안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도리와 의리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철원=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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