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했던 지역이 선거 때문에 발칵 뒤집어졌네요. 허 참, 남부끄러워서….” 11일 오후 전남 곡성군 곡성읍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60대 노인 서너 명이 군수 선거에 대해 한마디씩 말을 던졌다. 김모 씨(61)가 “정당하게 선거를 치러야지 반칙까지 쓰면서 군수가 돼서 뭐 한다요”라고 말하자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 어수선해진 곡성
곡성군 인구는 3만2100명(유권자 2만6944명·200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전남 지역 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적다. 그동안 군수 선거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경우도 없었다. 주민들은 “군수와 경찰서장으로 재임하던 두 사람이 나란히 군수로 출마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곡성에서 설왕설래(說往說來)가 많아진 것은 3선에 도전하는 조형래 민주당 곡성군수 예비후보(60)의 그랜저 승용차에서 1일 위치추적기(사진)가 발견됐기 때문. 주민들은 정작 선거보다는 위치추적기 파문으로 이어진 경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 곡성경찰서는 약 10일에 걸친 수사 끝에 11일 심부름센터 직원 장모 씨(31) 등 2명을 군수 후보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혐의(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의 법률 위반)로 체포했다. 경찰은 또 장 씨 등에게 위치추적기 부착을 의뢰한 임모 씨(50)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 풀리지 않는 의혹
경찰에 따르면 임 씨는 “조 후보의 경쟁자이자 곡성경찰서장을 지낸 허남석 후보(무소속)의 동생인 허모 씨(52)에게서 현금 2000만 원을 받아 위치추적기 부착을 의뢰했다”고 진술했다.
임 씨는 “지난달 15일 곡성읍 허 후보 사무실에서 허 후보 동생과 ‘상대 후보 측 불법 행위 한 건만 잡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미행이나 감시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논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임 씨는 논의 직후 자신의 처남 안모 씨(50)에게 “미행, 감시를 하는 사람들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또 지난달 22일 곡성읍 자신의 집에서 안 씨가 소개한 장 씨 등 3명을 만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조 후보를 감시해서 불법 선거운동을 적발하면 성공 사례금 3000만 원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임 씨는 지난달 23일경 미행 대가로 장 씨에게 2000만 원을 계좌로 송금했다. 이어 지난달 29일경 조 후보 차량에 위치추적기가 부착됐다. 그는 이후 허 후보 사무실이나 PC방 두 곳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10여 차례나 위치추적기로 조 후보의 위치를 확인했다.
하지만 허 후보 동생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허 씨는 임 씨와 만나 대화를 나눈 사실은 인정하지만 위치추적기 설치나 현금 제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허 후보 측도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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