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지 4일로 이틀이 됐지만 과거 그를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역에서 영접해 근접 수행했던 왕자루이(王家瑞·사진)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단둥과 다롄(大連) 등지에서 전례 없이 과감한 언론 노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의 주변에서 왕 부장의 모습이 포착되지 않아 그 배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왕 부장이 영접을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2000년 9월 대외연락부 부부장에 오른 뒤 2001년 1월 김 위원장이 두 번째 중국 방문 길에 올라 특별열차를 타고 단둥역에 도착했을 때 현장에서 영접했다. 왕 부장은 2004년 4월과 2006년 1월에도 단둥역에서 김 위원장을 영접해 주요 방문지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는 천정가오(陳政高) 랴오닝 성장이 단둥역에서 영접한 것만 확인됐을 뿐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왕 부장이 영접에 나서지 않은 것은 단순한 의전상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중국 관계의 성격 변화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북한과 중국은 전통적으로 국가 대 국가로서의 일반적인 관계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 대 북한 노동당의 특수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중국은 최근 이 특수 관계를 국가 사이의 일반 관계로 전환하는 노력을 해 왔다”며 “왕 부장이 영접을 나서지 않았다면 관계 전환의 상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 대외연락부장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성장이 영접을 나간 것은 과거의 ‘당 대 당’이 아니라 ‘정부 대 정부’ 관계의 의전이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이례적인 언론 노출과 왕 부장의 부재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자신의 건재를 알리기 위해 의도적인 노출을 하는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들러리를 서 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결과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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