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공세, 1%부자 논리” “공짜 점심보다 급한 것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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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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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민주당 내에서도 공방 가열

《6·2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의 핫이슈로 떠오른 ‘초중학생 무상급식’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서민 자녀들이 점심 한 끼 먹기 위해 가난한 집 자식이라고 고백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현행 선별적 무상급식제도를 공격하고 있다. 그 같은 주장의 진위와 관계없이 표심에 민감한 전국의 후보들은 동요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야권 내에서도 교육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와 형평성을 외면한 채 ‘공짜 심리’에 호소하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들리기 시작했다.》
▼“가난 고백해야 月5만원 지원”
가진자 못가진자 대립 구도로
일각선 “선거용 밀어붙이기”▼

■ 최재성 의원 정부 비판


민주당 최재성 의원(사진)은 16일 “서민 자녀들은 학교 당국에는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친구들에게는 ‘가난한 집 자식’이라고 고백해야 월 5만 원의 급식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며 현행 학교급식제도를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국민과 약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이명박 정부-1% 부자만이 인정받는 더러운 세상을 만들 것인가?’란 제목의 글을 올려 “현행 급식제도는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월 5만 원 정도의 급식비를 지원받으려면 해당 학생은 건강보험증, 건강보험료 납부영수증, 정보제공동의서 등 가난과 관련한 자료들을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무상급식의 전면 실시 주장을 한나라당이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해 “한나라당의 논리대로라면 ‘무상 의무교육’을 명시한 헌법 31조 역시 부자들에게까지 무상 교육을 권장한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꼬았다.

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급식비를 지원받으려면 ‘가난’을 증명하는 자료를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지역교육청을 통해 확인한 팩트”라고 강조하면서 “월 5만 원의 급식비 때문에 가난 증명을 하면서 모멸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없도록 국가에서 무상급식을 포함한 진정한 의무교육을 실시하자는 것이 민주당과 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은 “못사는 집 아이들에게만 차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귀족의식의 덫에 갇힌 현 정권의 모습이며, 부자 아이들과 비교되느니 차라리 굶고 말겠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노영민 대변인 논평)라는 등 이 문제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프레임으로 만들어 지방선거 표몰이를 꾀하고 있다.

민주당이 전면 무상급식론을 확산시키는 주요한 이론적 토대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무상급식을 받는 과정에서 ‘가난’이 노출돼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전 의원과 김진표 이종걸 의원 등 당내 경기지사 후보들도 “가난을 입증해야만 점심 한 끼를 주는 것은 야만”이라며 전면 무상급식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교육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안은 무상급식 전면 확대밖에 없는 것인지 등을 면밀히 따져보는 자세가 아쉽다고 지적한다.

김문조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현행 급식제도에 일부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도 정책 대안이 될 수 있을 텐데,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찬성하면 서민, 반대하면 반서민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국 급식을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장은 “무상급식의 점진적 확대는 필요하지만 급식비를 내기 어려운 계층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전면 실시를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공약인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분배의 차원서도 옳지 않아
4대강 안하면 된다는 주장
수권정당의 태도 아니다”▼

■ 김성순 의원 지도부 비판


“전국의 모든 초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민주당의 당론은 선거만을 겨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정책입니다.”

민주당이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지방선거 핵심 공약으로 내건 채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당내에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재선으로 서울시장 선거 경선에 출사표를 낸 김성순 의원(서울 송파병·사진)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상급식을 쟁점화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부유층 자녀들에게까지 점심을 공짜로 지원하는 것은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 보건사회국장을 지낸 사회복지 전문가다. 박사학위 논문과 저서도 생산적 복지, 도시 빈곤에 관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하면 전면 무상급식에 필요한 연간 2조50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대한민국에는 일자리 창출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가채무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전면 무상급식의 취지는 좋지만 아이들에게 공짜 점심을 주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서민을 위한 교육, 보육 예산을 늘리고 교육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해주기보다는 그 돈으로 서민 자녀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합리적이다. 4대강 사업만 중단하면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태도는 집권여당을 두 차례나 지낸 수권정당의 태도가 아니다.”

―급식비를 면제받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를 감안해 전면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무상급식을 제공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도록 조장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가가 모든 것을 무상으로 해줘야 한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무상급식을 받는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은 급식비가 없어 국가의 지원을 받더라도 ‘나중에 국가에 갚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다.”

―선진국의 실태는 어떠한가.

“전면 무상급식은 사회주의 국가를 제외하면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소득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내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무상급식률은 각각 49.5%, 34.0%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서울 송파구청장 시절 관내 초등학생 650여 명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았나.

“지역에서 기부금 등을 받아 실시했다. 어려운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다. 국가재정에만 기대 마냥 기다리면 안 된다. 지자체들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를 우선 고민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만약 국가 예산을 통해 무상급식을 하려 한다면 세금을 더 걷거나 다른 교육예산을 깎아야 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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