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요즘 공개 석상에서 세종시의 ‘ㅅ’자도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있다. 12일 시도지사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뜻밖에 너무 정치 논리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한 것이 마지막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15일 “이 대통령의 침묵 모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당초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초반 판세가 중요하다고 보고 ‘속도전’을 계획했다. 대통령 특별기자회견 검토도 그 일환이었다. 여기엔 가능성이 낮지만 충청 민심이 바뀌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의를 이끌어낼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내 입장은 (충청 여론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며 정부의 수정안에 쐐기를 박고 나서자 청와대는 “우리는 뚜벅뚜벅 간다”며 중장기전 태세에 돌입한 듯한 기류다. ‘속공’이 아닌 ‘지공’ 전략인 셈이다. 그러면서 세종시 문제에 입을 닫은 채 다른 정책 현안을 챙기는 데 몰두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선공(先攻)을 취한 박 전 대표 측에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둘 중 하나가 굴복할 때까지 끝까지 갈 것인지 아니면 막판에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청와대 분위기는 비장하다. 일단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라디오 방송에서 세종시 관련 법안의 국회 제출 시기에 대해 “홍보를 충분히 해서, 공감대를 형성한 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론의 흐름을 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박 수석은 “1년씩, 몇 달씩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3월 임시국회 소집 의견, 4월 임시국회 처리 의견 등과 함께 한나라당 내에선 지방선거 이후에 처리하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시기 문제에는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은 채 일단 설 연휴(2월 13∼15일) 민심 잡기에 매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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