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문제” “폭우탓” 발뺌 남북한은 2000년 1차 정상회담 이후 몇 차례 임진강 수해 방지를 위한 당국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말’만 무성했을 뿐 이번과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행동’에는 이르지 못했다. 남북은 1차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9월 평양에서 열린 2차 장관급회담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임진강 수해 방지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합의했다. 2000년 12월 열린 4차 장관급회담 이후 이 문제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경추위는 2001년 1월 1차 회의에서 산하에 ‘임진강수해방지실무협의회’와 ‘임진강수해방지공동조사단’을 구성했고 협의회는 2004년 3월 ‘임진강수해방지와 관련한 합의서’를 채택해 필요한 조사와 제도 마련을 병행하기로 했다. 경추위는 이어 2005년 7월 10차 회의에서 쌍방의 조사결과를 교환하고 유역에 대한 공동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북한의 1차 핵 실험 등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남북은 2007년 4월 13차 경추위를 열어 전보다 구체적인 ‘임진강 수해방지에 관한 합의서’를 다시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 정부는 그해 10월 2차 정상회담에 이어 12월 열린 1차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양측이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한강과 임진강 등이 만나는 한강 하구의 모래를 준설해 활용하고 동시에 임진강 수위를 1m 낮춰 수해를 예방하자는 아이디어도 이때 나왔다. 그러나 북측은 “별도의 실무접촉이 필요하다”고 맞서 결국 합의서 채택에 실패했다. 정부는 2002년 이후 황강댐이 건설되면 남측에 피해가 우려된다고 네 차례에 걸쳐 북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북한 당국은 ‘군사적 문제’라며 답변을 피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2005년 9월 남측 경추위원장이 북측의 임진강 무단 방류로 인한 피해에 사과를 요구하자 북측은 “모두 ‘무넘이 언제(물이 차면 자연방류되는 댐)’들이어서 폭우에 의한 자연방류였다”며 발뺌을 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