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승함]靑,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라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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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을 보좌할 청와대 조직과 참모진을 대폭 개편했다. 청와대는 국정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유사한 기능의 부서를 통합하고 정책조정 및 보강을 위한 새로운 부서를 설치했다.

개편의 핵심은 정책 정무 홍보의 3대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우선 정책실장직을 신설하여 기존의 대통령실장은 정무분야를 전담하고, 정책실장은 경제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수석실을 총괄하여 정책분야를 통합 조정하도록 했다. 정무수석에는 대통령 측근을 임명하여 그동안 소원했던 당청 관계를 원활히 할 것으로 기대되며 인사기획관을 신설하여 인사업무를 강화했다. 홍보분야의 경우 홍보와 공보의 기능을 통합하여 홍보수석을 신설함으로써 홍보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는 민정수석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선캠프 출신 측근으로 채워져 집권 2기 국정운영을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참모진을 전문성과 충성심이 뛰어난 사람으로 구성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크게 문제는 없다. 그러나 보좌진의 다양한 견해가 담론 과정을 통해서 수렴되어 정책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 이번의 인사는 별로 새로운 점이 없다. 신임 인사의 경우 대부분은 자리바꿈을 하거나 일부 인사는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재기용됐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보좌진의 결핍이 아쉽다.

이번 청와대 개편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조직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대정부 우위가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권 출범 초기 ‘작은 청와대’를 기치로 내놓았던 것과는 달라서 과거 청와대로의 권력집중 현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청와대의 일방적 지도체제는 정부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공무원을 경직화한다. 국정운영을 효율적으로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가 상대적 자율성을 갖고 정책을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의 정책의지를 표출, 전달하고 정부부처 간의 정책결정과 집행을 협조·조정하는 역할을 기본으로 한다. 이에 못지않게 국민을 위한 눈과 귀가 되어 대통령이 현실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보좌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대통령비서실은 업무 협조와 조정 및 지원 그리고 감시 감독 기능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실 정책실장 및 정책분야 수석은 대통령의 국정비전과 철학을 명확히 규명하고 이에 따른 전략과 정책의 틀을 제시해야 한다. 중도실용의 국정철학과 서민행보만으로는 일반국민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산만한 정책의 남발보다는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을 지향하는 구체적인 정책비전과 함께 일관성 있는 정책틀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형성과정에서 수많은 사회계층 및 집단과 대화하고 여론수렴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정무분야의 참모진은 당정청 관계를 원활히 하여 국정수행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의 정책 아이디어나 제안이 관련당사자와 사전에 교감되어 설득과정을 거치는 관리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책관련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 차이는 항상 존재하므로 설득과 협상을 통해 조율·조정하는 일은 정무직 보좌진의 최우선 과제이다.

홍보수석은 역할이 강화된 것만큼 정부정책의 홍보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특히 대국민 홍보에 있어서는 국민을 단순한 홍보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홍보의 주체로서 국민과의 대화를 확장해야 한다. 국민과의 활발한 소통 속에서 국정운영을 한다면 신뢰는 향상되고 성공한 대통령을 국민이 기대할 수 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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