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전 방문이 마지막 될 줄이야” 고향 하의도 슬픔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영정으로 고향에 돌아오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하의면사무소 2층에는 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 설치를 위해 신안군청 직원들이 목포에서 행정선으로 싣고 온 영정과 국화 등을 하의도 나루터에 내리고 있다. 하의도=박영철 기자
영정으로 고향에 돌아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하의면사무소 2층에는 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 설치를 위해 신안군청 직원들이 목포에서 행정선으로 싣고 온 영정과 국화 등을 하의도 나루터에 내리고 있다. 하의도=박영철 기자
주민들 밤늦게까지 분향소 찾아 애도
광주시민들 일손 놓고 고인 발자취 기려

18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끝내 서거하자 그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는 큰 슬픔에 잠겼다. 하의도 주민들은 서거 소식을 접하고 삼삼오오 모여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회고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하의면사무소는 이날 오후 10시 2층 회의실에 임시분향소를 마련했다. 목포에서 배편으로 국화와 영정이 도착하자 연단 앞쪽을 국화송이로 채웠다. 주민들은 밤늦게까지 분향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정연순 부녀회장(47)은 “4월에 고향을 방문하셨을 때 전복과 낙지, 홍어, 미역국 등으로 점심상을 차려드렸는데 음식을 거의 남기지 않고 맛있게 드셨다”며 “‘고향에 오니 잃었던 입맛을 되찾은 것 같다’며 무척 좋아하셨는데 세상을 떠나셨다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4월 24일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 때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으로 하의도를 찾았다.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이던 1995년 이후 14년 만의 고향 나들이가 생전의 마지막 귀향이 됐다.
후광리 생가에는 서거 소식을 접한 관광객과 주민들이 찾아와 방명록에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글을 남기는 등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생가에는 서거 직후 광주와 전남 영광, 충남 보령 등지에서 방문한 20여 명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추모 글을 남겼으며 일부 주민은 생전의 모습을 그리며 눈물을 흘렸다. 하의초등학교 후배인 정화민 씨(65)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남북평화를 위해 살아온 큰 별이 졌다”며 “생전의 사진이라도 보기 위해 생가를 찾았다”면서 울먹였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는 이날 오후부터 무거운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직장인들은 일손을 놓고 지역민들과 반세기 넘게 함께해온 거인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그를 추모했다. 1997년 대통령 당선 소식이 알려진 직후 즉석 풍물 막걸리파티가 벌어졌던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옆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어려운 나라를 이끌어갈 인물을 찾기가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김대중 선생마저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떠나시다니…” 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날 오후 조기를 게양하고 범시민장례 절차 준비에 나섰다.
목포시는 이날 오후 목포역 광장에 임시분향소를 설치해 추모객들을 맞는 한편 1000여 명에 이르는 추모위원회를 구성했다.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상고(현 전남제일고) 총동문회 김영수 회장(57)은 “지역은 물론 나라의 큰 별이 스러졌다”며 “큰어른을 잃은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통해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81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청주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전담교도관으로 인연을 맺었던 강복기 씨(67·충북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는 서거 소식을 듣고 “너무나 안타깝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슬퍼했다. 당시 가족 친지 면회와 서신 등 민간인 창구 역할을 맡았던 그는 “김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쓴 것에 대한 괴로움과 수형 생활의 고통 속에서도 하루 종일 책을 놓지 않고 건강관리에도 신경 쓰는 등 자기관리에 철저했다”고 말했다.
○…나로호 발사와 관련해 성대한 응원행사와 축하 공연을 마련한 국립과천과학관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비보이 축하 공연과 난타 공연 등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등 당초 계획보다 간단하게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장기열 국립과학관장의 축사에도 한국의 우주기술 발전에 힘쓴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과학관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들이 큰 슬픔에 빠졌지만 온 국민이 기대하는 발사인 만큼 최대한 경건한 분위기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물결은 호남지역은 물론 영남지역 등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은 “한국의 민주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헌신해온 위대한 지도자 한 분을 잃은 데 대해 온 시민과 함께 애통하게 생각한다”며 “고인이 남긴 높은 뜻을 잘 이어받기 위해 온 국민이 한마음 한 뜻으로 다시 뭉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부산시민 김언호 씨(49)는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발전을 한 단계 높인 큰 정치인이셨다”며 “동서화합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으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하의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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