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이번엔 또 위조달러인가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북한의 미국 달러 위조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오극렬이 100달러 지폐 위조와 유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타임스가 보도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100달러 위폐 9904장이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부산에서 발견된 100달러 위폐는 지극히 정교한 ‘슈퍼노트’로 시중은행의 위폐감식기도 가짜임을 가려내지 못할 정도였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슈퍼노트 제조의 배후로 지목됐다. 미국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한 것도 북의 위조달러가 단초가 됐다. 미국은 1994년 25만 달러의 위조지폐를 BDA에 예치한 북한인을 체포해 조사했고, 2005년엔 BDA 자금을 동결했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BDA 자금을 북한에 돌려줬지만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는 늦추지 않고 있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위조해 유포하는 것은 세계 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범죄이고, 중대한 주권침해다. 북한의 권력핵심인 오극렬이 주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국가 차원의 범죄여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BDA 자금 동결을 주도했던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차관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서울에 와서 우리 정부와 대책을 논의할 정도로 사태가 심상치 않다.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와 유통은 우리의 안보와도 직결된다. 파산 직전인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비용 조달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미 의회조사국은 2005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마약밀매, 달러와 담배 위조 등 범죄산업으로 충당한다고 분석했다. 3대 권력세습을 위한 체제 유지비용의 출처도 수상하다. 북한 경제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으로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된 현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다행히 위조달러의 국내 유통을 시도하던 범인들의 신병을 우리가 확보하고 있다. 미국과의 공조수사로 위폐 제조자와 공급자를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위조달러용 재료의 북한 유입 차단에도 적극 협력해 김정일 집단의 체제유지를 위해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끊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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