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2400억’ 與후보 밀어주기 논란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野“정책 동원한 선거개입” 반발

4·29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은 여야가 총력을 기울여 선거전을 벌이는 승부처다. 5곳의 선거구 중 유일하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맞대결을 벌이는 양상인 여기서 이겨야 이번 선거의 승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현안은 GM대우자동차 지원 문제다. 한나라당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GM대우 지원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은 “정부를 동원한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한나라당 총력 지원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6일 인천 부평을 이재훈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GM대우는 꼭 살리겠다”며 “정부가 24일부터 GM대우와 협력업체에 2400억 원의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처럼 한나라당은 한다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GM 본사가 5월 말 GM대우 처리 방향을 결정할 때까지 GM대우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공급하겠다”며 “GM대우가 정리 대상으로 분류되어도 한국산업은행이 지분을 사들여 (공기업 형태로) 별도 법인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여권이 이 같은 대규모 지원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홍영표 후보 측 윤관석 대변인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GM 본사의 결정을 보고 지원 방향을 결정한다’고까지 했는데 한나라당이 정부를 동원해 갑자기 2400억 원을 투입했다”며 “관권·금권선거가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신기술 개발과 유동성 지원용으로 6500억 원을 편성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 관망하는 표심

부평을에 주소를 둔 GM대우 근로자는 2800여 명. 여기에 가족들과 1차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1만 명가량이 투표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유권자가 21만30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는 큰 비중이 아니다. 하지만 GM대우의 회생 여부에 따라 지역경제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근로자 1명당 10표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GM대우 근로자들의 반응은 아직 무덤덤하다. 2001년 발생한 ‘대우자동차 대량해고 사태’의 피해의식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윤복 GM대우 노동조합 홍보실장은 “대우차 해외 매각 당시 이 지역 정치인들이 여야 할 것 없이 고용 보장 등을 약속했지만 1700여 명이 잘려 나갔다”며 “정치인들은 듣기 좋은 말만 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노조 차원에서는 지지 후보를 표명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되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에게 공약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측도 말을 아끼고 있다. 정치 이슈에 관여하지 않는 본사의 방침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판세가 박빙이어서 어느 한쪽에 선을 댈 수 없다는 부담도 있다.

시민들도 관망 분위기다. 삼산동에 사는 김모 씨(79)는 “선거가 끝나도 지금 같은 관심이 계속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정부가 이 지역을 지원한다는 게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 후보 측은 25일 “민주당 홍 후보가 이 후보에 대해 ‘대우차 구조조정 담당자’라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 측은 후보 부인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폭행한 혐의로 홍 후보 측 선거운동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홍 후보 측도 이에 맞서 26일 허위사실 공표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이 후보를 고발했다.

인천=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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