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선대위원장 맡아라” 불출마 권유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왼쪽)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뒤 각자 귀가하다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왼쪽)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뒤 각자 귀가하다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지도부에 서운” 덕진출마 재표명

丁 “10월 재보선 공천 약속” 협상안 제시

鄭 “10월 되고 4월 안된다는 것은 무원칙”

DJ “당 깨선 안돼… 무소속출마 얘기 안나왔으면”

■ ‘공천 담판’ 결렬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3시간여 동안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갖고 정 전 장관의 전북 전주 덕진 4·29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미 측근들을 통해 서로의 ‘패’를 모조리 공개한 터지만 회동 결과가 어떻게 비치느냐에 따라 당이 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회동은 배석자도 없이 진행됐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정식 집 두 곳을 예약했다가 만찬 직전 각각 측근인 강기정 대표비서실장과 최규식 의원의 차량에 동승해 마포로 옮기는 등 회동 장소와 시간도 철저하게 보안에 부쳤다. 회동은 15대 국회 입문 동기인 두 사람이 자주 다녔던 서교동의 백조 한정식집에서 이뤄졌다.

▽한 치 양보 없는 기 싸움=정 대표는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는 ‘이명박 정부 중간 심판’이 돼야 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덕진 출마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에게 이번 재선거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승리로 이끌어 달라며 대신 10월 재·보궐선거 때 공천을 약속하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전날 ‘덕진 공천 불가’를 만장일치로 재확인한 최고위원들의 의견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당 지도부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장관은 정 대표의 ‘선당후사(先黨後私)’ 발언을 겨냥해 “‘선당’이라는 것은 당원과 지지자의 의사를 받드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해야 한다”며 이미 선택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지난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에서 자신의 출마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이 높은 점을 거론한 것이다.

정 대표는 특히 정 전 장관에게 공천에서 배제되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 전 장관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또 “10월에는 되고 4월에는 안 된다는 것은 원칙이 될 수 없다”며 정 대표의 10월 재·보선 출마 제안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심(金心)이 변수?=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정 전 장관에게 “일각에서 공천 배제 땐 무소속 출마니 분당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 대표와의 공천 담판을 앞두고 동교동 사저로 찾아온 정 전 장관에게 “공천 문제는 내가 개입하거나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이같이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교동계 한 핵심 인사는 “당을 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무소속 출마에도 반대한다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 전 장관의 선택에 당장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25일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의 오찬 회동을 시작으로 조세형 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 문희상 국회 부의장 등 원로들을 연쇄 접촉해 덕진 출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할 계획이라고 최규식 의원은 전했다.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은 추가 회동을 기약했지만 어느 한쪽이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한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 전 장관은 동정에 호소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여론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정 대표를 주축으로 한 지도부 등 주류와 정 전 장관 측 비주류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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