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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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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불출마로 전략 변경
鄭측 “무소속도 불사” 반발
당내 계파간 갈등 증폭 예고
원내대표 경선구도도 ‘흔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18일 4·29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과 관련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전주 덕진과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확정했다. 정 전 장관 측은 즉각 “공천 배제 조치가 공식화됐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략공천이란 후보 공모 절차 없이 당 지도부가 직권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제도로 공천심사위원회는 해당 지역에 대해서는 후보 신청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 전 장관은 당 지도부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도부, 공천 배제 시사=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략공천 지역 선정은 전체 선거 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종합적인 판단을 위해 여지를 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이 같은 조치는 정 전 장관에게 “공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지도부 내에서는 정 전 장관을 아예 공천 논의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적지 않았다.
지도부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번 선거를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로 삼으려던 선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자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영계 “정세균 대표 만들기 도왔는데…”=정 전 장관 측은 강력 반발했다. 박영선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작년 7월 대표 경선을 앞두고 정 전 장관이 출국하면서 ‘(대표 경선 후보였던) 추미애 의원 대신 정세균 의원을 밀어 달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정 대표가 정 전 장관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규식 의원도 “전략공천은 승리를 위한 것인데 정 전 장관 말고 승리의 비책이 뭐냐”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 측근들은 무소속 출마까지 거론하며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한 측근은 “정 전 장관이 출마 선언 때 ‘사당(私黨)이 아니라면 낙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정 대표를 미리 겨냥하는 발언을 한 것은 무소속 출마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일각에선 파국을 막기 위해 지도부와 정 전 장관 간 절충을 거쳐 부평을 출마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한 중진 의원은 “정 전 장관이 승리가 담보되지 않는 곳에 출마할 리 없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정 전 장관이 귀국한 이후 일주일 동안의 여론 흐름이 정 전 장관의 공천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내대표 경선도 대결 구도=정 전 장관 공천 찬반론은 원내대표 경선 구도까지 뒤흔들 조짐을 보인다.
6월 말 미디어 관계법 처리 문제로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되는 만큼 당 지도부는 5월 중순으로 예정된 새 원내대표 선출을 한 달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의원 가운데 이종걸 이강래 의원은 정 전 장관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반면 김부겸 의원은 정 전 장관의 덕진 출마 재고를 촉구했다. 원내대표 경선 구도도 정 대표 대 정 전 장관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