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불출마에 유탄 맞은 민주당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정권 심판 별렀는데…” 재선거 전략 수정 불가피

‘정동영 출마’ 비판 커져… 오늘 ‘배제’ 여부 논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4·29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박 대표의 불출마를 계기로 한나라당은 이번 재선거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지역 선거’로 규정했다. 4·29 재선거를 ‘MB(이명박) 정권 중간평가’로 활용하겠다는 민주당의 당초 구상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박 대표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북 전주 덕진 출마 문제를 부각시키며 민주당을 은근히 자극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출마를 접은 박 대표는 재선거 현장을 총지휘한다”며 “정 전 장관과 상당히 대비되는 국민을 위한 행보”라고 강조했다. 안경률 사무총장도 “정 전 장관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공인의 자세가 맞느냐”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와 공천 여부에 대해 그동안 침묵해온 민주당 의원들은 동요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표의 불출마로 인해 선거판이 ‘MB 정권 중간평가’가 아니라 ‘정동영과 민주당 중간평가’로 변질되고 있다”며 “곳간 넉넉한 집권 여당이 신진 인사를 투입해 선거를 치른다는데 가난한 야당에서 기득권을 내세워서는 게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날 심사 기준과 관련해 당선 가능성 배점을 낮추는 대신 도덕성, 당 화합 기여도, 기득권 배제 등을 명시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정 전 장관의 공천을 배제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또 최고 의결기구인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18일 덕진과 인천 부평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해 지도부가 결정하는 후보를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초엔 정 전 장관의 귀국 이후에 논의하려 했지만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 수정에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덕진에 전략공천을 하는 것은 사실상 정 전 장관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의원들 사이에서 “정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 만큼 공천을 배제해선 안 된다”며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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