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법안처리 고비때마다 소신발언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5분


“사회논의기구는 입법활동 포기” “민주 반대만 말고 대안 내라”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극한 대치와 파행을 거듭한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무(無)원칙’과 민주당의 ‘무(無)대안’을 동시에 비판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사진)의 소신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미디어 관계법안 처리 방안을 놓고 팽팽히 맞섰던 1일 이 총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중재안을 발표했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대기업의 지상파 참여 한도를 20%까지 허용한 것을 10%로 낮추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야당에서는 처음으로 제시한 방송법 대안이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대안 제시도 없이 정치적 구호와 근거 없는 과장으로 정상적인 논의를 차단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의 회담에서 ‘미디어 관계법 처리를 6개월 늦출 수 있다’고 한 얘기를 듣고 “한나라당은 원칙 없는 정당. 보수의 수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속도전이니 속전속결이니 하면서 (쟁점법안이) 빨리 안 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야단을 친 건 국민을 속인 것이냐”고 거듭 비판했다.

또 이 총재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여야 회담을 중재하면서 ‘미디어 관계법은 사회적 논의기구의 협의를 거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입법 활동을 사회적 논의기구에 맡기면 의원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입법의 책무를 포기하는 일을 주재한 국회의장은 입법부 수장의 자질이 없다”라고도 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소신 발언으로 선진당은 ‘원칙 있는 대안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하지만 18석의 소수 야당이어서 실제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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