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뇌중풍(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실제는 뇌수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9일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달 23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오찬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뇌수술을 받았다는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왕 부장은 2시간의 회담과 3시간의 오찬에서 수술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거나 두피에 수술 자국을 발견하지 못했고 가발로 뇌수술을 감추려 한 사실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왕 부장은 또 김 위원장이 뇌질환으로 좌반신이 마비돼 왼손이 부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떤 이상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또 오찬 당시 도수가 높고 투명한 북한산 ‘맑은술’(증류주)을 꽤 마셨는데도 5시간 내내 꼿꼿하게 앉아 있는 등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것. 김 위원장이 방문단 일행과 오른손으로 악수를 했는데 악수할 당시 악력이 느껴질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관찰 결과가 반드시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없고 뇌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임소향 일산동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수술 방법이 많이 발전해 뇌경색의 경우 막힌 곳을 뇌혈관을 통해 뚫을 수 있기 때문에 머리에 흉터 없이 치료할 수 있다”며 “뇌출혈도 경미한 경우엔 수술하지 않고 경과만 관찰하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가 든 봉투를 두 손으로 받을 정도로 왼손에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숙소인 백화원에서 머물면서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김영일 내각 총리와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최고인민회의 의장과도 별도의 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