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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29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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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생의 라이벌, YS와 DJ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 29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박제균 앵커) 한국 정치의 최대 라이벌이라면 아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두 분 다 대통령을 지낸 지 오랜 뒤에도 마치 선거에서 맞붙을 후보인양 서로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김현수 앵커) 필생의 라이벌 YS와 DJ의 관계를 정치부 민동용 기자와 함께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민 기자. (네) 최근 용산참사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맞붙었지요?
(민동용) 네 그렇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입니다. DJ는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 직후인 지난 22일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민주당 지도부에게 "민주당이 (용산참사 문제에서)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국민이 민주당에 대해 큰 기대를 할 수 있다. 2, 3월 싸움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4월 재선거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YS는 다음날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설 인사차 전화를 걸자 "DJ는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입만 열면 선동과 파괴적 언행을 일삼고 있다. 정말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박 앵커) 근래 들어 두 사람의 '장외 언쟁'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은데요?
(민동용) 그렇습니다. 지난 1일에는 DJ가 민주당 지도부에 이른바 입법전쟁에 대해 "독재와 싸운 민주당의 근성이 나타나고 있고 기대 이상으로 잘 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자 YS는 2일 상도동 자택을 찾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른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질타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7일에는 DJ가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 내려 하고 있다"고 하자, YS는 다음날 바로 성명을 내고 "무엇이 두렵기에 김정일 대변자 노릇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지 국민이 의심한다"며 "김대중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제일 좋은 방법은 이북에 보내는 것이다"라고까지 했습니다.
(김 앵커) 두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반목하기까지는 몇 번의 정치적 계기가 있었죠?
(민동용) 1970년 당시 야당인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란히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던 두 전직 대통령은 예상을 뒤엎고 DJ가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YS를 이기면서 갈등의 첫 번째 계기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1987년 대선 때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대선에서 패배한 경험이 둘 사이를 갈라놓은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당시 야당인 통일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두 사람은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재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서로 '네가 양보하라'며 맞섰습니다. 결국 DJ가 당을 떠나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독자적 대선후보가 됐습니다. 이어 1990년 YS의 통일민주당이 민정당,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해 DJ를 정치적 궁지에 몰아넣은 것을 끝으로 두 사람의 반목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휘호 여사는 최근 펴낸 회고록 '동행'에서 DJ와 YS에 대해 "두 사람은 독재 앞에서는 동지였다. 그러나 그 밖의 문제에서는 물과 기름 같은 사이였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박 앵커) 이쯤 되면 라이벌을 떠나 40년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두 사람이 불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라고들 하나요.
(민동용) DJ와 YS 양측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YS의 차남 김현철 씨 문제입니다. YS 정권 말인 1997년 5월 현철 씨가 한보특혜비리에 연루돼 조세포탈죄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1998년 정권을 넘겨받은 DJ는 YS에게 현철 씨에 대한 사면을 빨리 해결해줄 것처럼 말했다고 YS측은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씨에 대한 사면은 1999년 8월에서야 이뤄졌습니다. 이것이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1997년 대선에서 'DJ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YS가 검찰 수사를 유보시켰는데 이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후 YS는 DJ가 정치적 신의를 저버렸다며 "DJ는 거짓말쟁이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습니다.
DJ와 동교동측이 YS의 지적 능력을 무시해 온 것도 알려진 사실입니다. 동교동측은 외환위기 이후 '머리 나쁜 사람이 대통령을 해 위기를 불러왔다'고 공공연히 말해 YS측을 자극했습니다.
(박 앵커)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발언을 자주 하는 DJ나 사사건건 이를 비난하는 YS나 국민들이 보기에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민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