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측 '감자탕 논란' 왜곡됐다…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는데

  • 입력 2009년 1월 13일 14시 10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연합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연합
유력 정치인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식당에서 대화를 청한 시민에게 수모를 주었다는 일명 ‘홍준표 감자탕’ UCC(사용자제작 콘텐츠)논란에 대해 사실이 왜곡됐다고 홍 대표 측이 밝혔다.

홍 대표 측은 13일 “지난 2일 밤늦게 업무를 마치고 주호영 원내부대표와 함께 여의도 감자탕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한나라당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비를 걸고 데모 비슷한 것을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측근에 따르면 UCC가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촛불시위대들에게 홍 대표가 수모를 당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UCC는 '평범한 시민이 홍준표 대표에게 식당에서 수모를 당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8분가량의 UCC에는 현장 동영상과 함께 “한 여성이 서울 여의도 감자탕 집에서 홍 대표를 만나 '여당이 추진하는 법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라며 정중히 대화를 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식당 주인이 그녀를 쫓아내 분노한 시민들이 식당 앞에서 항의하자 경찰이 나타났고, 홍 대표는 경찰의 호위를 받고 뒷문으로 도망쳤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와 함께 당시 식당에서 쫓겨난 여성을 자처하는 한 누리꾼의 글도 다음 아고라 등 포털사이트 토론방과 각종 게시판에 퍼져 있다. ‘홍준표 의원 때문에 감자탕 먹다 쫓겨났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홍 의원 측으로부터 ‘이 무식한 여자가 어디라고 의원 님 식사 하시는데 개소리 떠드느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저는 식당 문 밖에서 떨며 그 자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만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글 하단에는 “힘 있다고 시민을 무시해도 되느냐”며 이 누리꾼을 위로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원본 글은 13일 현재 삭제됐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 있었던 언론사 기자들과 홍대표의 보좌관 등은 이 글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대표가 감자탕 집에 들어가자 40대로 보이는 한 여인이 따라 들어와 “한나라당 찍었던 시민인데, 할 말이 있다. 왜 MB(이명박 대통령)악법을 추진 하냐”고 따졌고 홍 대표가 “구체적으로 MB악법이 뭔지 지적해 달라”고 하자 “방송법 같은 악법”이라는 말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측근에 따르면 이 여성이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흥분상태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측근들이 "나가서 이야기 하자"며 가게 밖으로 데려가 "이러지 마시라"며 조용히 만류 했다는 것. 보좌진과 나가서 이야기하는 장면은 동영상에도 나온다. 그러나 이 여성은 “의원을 만나게 해달라”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

이어 이 여성과 함께 온 사람들이 홍 대표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고, 일행 중 한 사람이 외부에 휴대전화를 하자 감자탕 집 앞에는 순식간에 촛불시위 배지를 단 수십 명이 모여들어 욕설과 비난을 했다는 것. 이를 촬영하던 시민기자들도 욕설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 보좌관은 "일행 중 한명이 전화를 하니 순식간에 5,60명이 감자탕 집에 나타났다"고 전했다.

촛불 시위대들이 식당 앞으로 몰려든 이후의 모습은 ‘홍준표 감자탕’ 동영상에서도 나온다. 홍 대표에게 정중하게 대화를 요청했다던 중년 여인은 “막 처먹고 있어 XXX”라며 욕을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빨갱이 잡아간다며? XX XX야. 다 빨갱이다. 집어 쳐 넣어라”라고 소리쳤다. 식당 측에서 “장사에 방해가 되니 좀 조용히 해 달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경찰이 투입되자 이번에는 전경을 에워싸고 “양아치 XXX. 국민 패는 게 경찰이냐”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20여분의 소동 끝에 홍 대표가 승용차에 오르자, 이들은 도로 한복판까지 나와 차를 가로막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동영상 막바지에선 이들은 욕설과 함께 “친일파를 몰아내고 민주주의 회복하자”고 구호를 외치고 전경들을 쫓아가 밀친 것을 사과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개도 먹을 땐 안 건드린다는데, 이번 일은 홍 대표나 한나라당에 대한 정책적 비판이 아니라 한 인간에 대한 모욕하고 파멸하기 위한 악의가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홍 대표는 “근데 왜 개가 나오나, 왜 나를 개에 비유 하냐”며 웃어 넘겼다.

홍 대표 측은 “과거에도 비슷한 봉변을 당한 적은 있지만 원내대표를 맡은 뒤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별로 좋은 기억도 아니어서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널리 알려져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동영상 출처 포털 사이트 다음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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