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원내대표 ‘추경 무산 책임’ 사의

예결위원 교체 절차 잘못… 추경안 통과 무효

한나라, 내주 예결위 다시 열어 통과시키기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12일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처리가 불발된 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새벽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자유선진당과 함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켰지만 의결정족수(재적 50명 중 과반수인 26명)를 채우기 위해 예결위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발생해 통과 자체가 무효화됐다. 한나라당은 대안으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추경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했으나 김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배제한 채 안건 처리를 강행한 것은 18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이에 앞서 11일 밤 예결특위 소위원회를 통과한 추경안 규모는 당초 정부가 제출한 4조8655억 원에서 5977억 원 줄어든 4조2678억 원이다.

한나라당은 다음 주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홍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4시경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도 동반 사의를 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새벽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부터 추경안 처리가 무산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추석 전 민생을 잘 챙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 측은 홍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에 대해 “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면서도 “정기국회가 진행되는 만큼 원내 지도부가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추경안 처리 시도를 ‘심야의 날치기 미수’라고 비난하면서 추경안을 원점부터 재검토해 여야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