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합참 초기엔 질병사 보고… 5분후에 정정
일각선 “NSC위기관리센터 축소탓” 지적
11일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건이 군 최고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발생 직후 8시간 반 만에 보고된 것을 두고 청와대의 위기대응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일선 부처로부터 청와대에 최초 보고된 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이 사실이 처음 보고되는 바람에 상황 판단을 위한 시간이 부족해 피격 사실을 알면서도 국회 개원 연설에서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 대통령, “두 시간 이상이나 걸려 보고되는 것은 중대한 문제”
청와대는 사건 발생 당일에는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의 국회 연설 뒤 “민간기관 내부의 정보보고와는 달리 대통령에 대한 보고는 사건의 배경까지 파악한 뒤 이뤄진다”며 지연 보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어떻게 피격 사건을 알고도 대화 제안을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일자 12일 태도를 바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장관회의를 주재하며 “피격 사실이 통일부를 거쳐 나에게 보고되는 데 무려 두 시간 이상 걸린 것은 정부 위기대응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개선방안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초기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 신속히 1보 보고가 이뤄지고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하는 유기적인 대응시스템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에 접수된 첫 보고가 ‘초벌’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었으나 어쨌든 아쉬운 대목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 대통령도 ‘우리가 통상적인 행정마인드로 대응한 게 아닌가’ 하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 예견된 사고
피격사건이 늑장보고된 것은 ‘이명박 청와대’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이전 정부보다 대폭 축소시킨 데 따라 어느 정도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청와대 위기정보상황팀은 이전 정부 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가 축소 개편된 것으로, 팀장이 1급에서 2급으로 격하됐고 인원도 20명 안팎에서 15명으로 줄었다. 특히 임시조직인 데다 대통령 직속에서 대통령실장 산하로 재편되면서 이번 피격 사건처럼 긴급상황 발생 시 대통령에게 직보하기도 어렵다.
이와 함께 정부 내부에서 상황 판단을 놓고 적지 않은 이견도 있어 보고가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건 당일 “피격자의 사망 원인이 병사(病死)라는 합동참모본부의 보고가 있어 이를 확인하느라 대통령 보고가 늦춰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병사 가능성은 5분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해 이를 놓고 정부 내부에 혼선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성호 합참 작전부장도 이날 자유선진당 금강산 특위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담당 장교가 사건 당일 오전 피격당한 관광객이 질병사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와대에 알려줬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국방부에 재차 문의한 결과 이미 총격 사건임을 파악하고 있기에 (청와대도 이를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해) 다시 청와대에 정정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