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여론에 결국… 대선 핵심공약 대운하 사실상 포기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침통한 청와대 참모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특별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배석한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이 눈을 감거나 침통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침통한 청와대 참모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특별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배석한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이 눈을 감거나 침통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19일 기자회견 발언은 사실상 대운하 포기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대운하 반대 여론이 70%를 웃도는 상황이어서 이를 단기간에 ‘찬성’으로 바꿔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다 국토해양부는 대운하 연구용역을 중단하고 운하사업준비단도 해체키로 했다. 대운하를 추진할 힘, 의지, 조직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대운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대선 당시부터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관계자는 “2008년 2월 말 대운하에 투자할 외국자본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고, 양해각서 체결도 없었다.

정부는 “대운하는 민간 자본으로 추진할 사업”이라고 밝혔으나 올 1월 본보가 주요 금융기관에 투자 의사를 물었을 때 “수익구조가 불투명해 대운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답이 압도적이었다.

반대 여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운하 사업이 추진되자 여론은 계속 악화됐다. 3월 대학교수 1800여 명이 ‘대운하반대 교수모임’을 발족했으며, 5월에는 대운하 연구용역에 참여 중인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원이 대운하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의 행보가 오락가락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5월 들어 대운하의 목적으로 ‘물류’ 대신 ‘치수와 환경’을 내세우며 한발 물러섰다가 6월 들어 다시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대운하 추진 에너지는 광우병 촛불집회를 계기로 완전히 꺾였다. 정부 지지율이 급락하고 촛불집회에서 ‘정권 퇴진’ 구호가 나오면서 대운하가 반정부 투쟁의 새로운 불쏘시개가 될 조짐을 보이자 폐기된 것이다.

국토부는 민간에서 사업 제안을 하더라도 접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때문에 6개월 이상 대운하 사업 제안서를 준비해 온 건설업체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광역지자체들은 여전히 대운하 건설을 주장하고 있어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한반도 대운하의 시범사업으로 올해 안에 착공할 계획이던 경인운하에 대해 국토부는 “사업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 보고 의견수렴 등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995년 착공된 경인운하는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2003년 공사가 중단된 뒤 현재는 방수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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