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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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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사실상 당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친박(親朴·친박근혜)계 탈당 당선자들의 복당(復黨)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탈당 당선자가 입당하면) 계파정치를 할 것이라며 못 믿겠다고 한다면 이번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다. 전대에 안 나갈 테니 당을 나간 그분들을 전부 복당시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11일 대구에서 “조건 없는 복당”을 촉구한 지 2주 만에 사실상 전대 불출마와 동시에 복당 문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친박 의원들의 복당에 ‘올인(다걸기)’할 의지를 내비친 것.
박 전 대표는 강재섭 대표의 ‘임기 내 복당 불가’ 발언에 대해서는 “공당(公黨)인 한나라당에서 개인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최고위원회의 등 정식 절차를 밟아 결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박 전 대표는 복당 시기에 대해 “늦출 이유가 없다”며 즉각적 복당을 요구했다. 그는 또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와 복당은 별개 문제”라며 “다만 잘못이 있다면 잘못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친박연대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복당 논란이 수그러들고 있는 시점에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복당 지연으로 범박근혜계 당선자들 사이에 대오 이탈의 조짐이 보이자 이를 다잡고 친박연대를 감싸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친박 측 한 인사는 “친박 무소속 연대의 일부 당선자와 박 전 대표가 기자회견 전에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괄 복당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것은 장기적인 대권 경쟁에서 당내 세력 기반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이날 ‘당권 탈환’까지 포기하며 복당 문제를 들고 나옴에 따라 한나라당의 당권 구도가 급변하고 복당 문제에 대한 친박 세력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전 대표가 화합을 위한 새 조건으로 제시한 복당 문제는 현실적으로 당내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다고 복당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면 친박의원들은 복당 문제를 이슈로 내건후보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전당대회 자체를 보이콧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친박계 한 의원은 “총선 직후 대구에서 복당을 요구한 것이 지도부에 야구공을 넘긴 것이라면 이번에 전대 불출마와 복당을 연계시킨 것은 농구공을 넘긴 것”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박 전 대표는 다음 행보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당 지도부로서는 당장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탈당을 위한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전 대표의 복당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당 지도부가 복당 문제에 관한 일정표나 별도의 기구 설치 등의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박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만일 전당대회 이전에 복당이 해결되지 않으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나.
“아니다. 출마하지 않겠다.”(이후 재차 질문하자 “당의 결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추후에 생각해 보겠다”고 말함)
―만약 한나라당이 전당대회 이후에 복당을 다 같이 받겠다고 한다면….
“제가 그래서 아까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 것 아니냐. 전당대회가 지나고 나서 받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 아니냐. 뭐든지 당당히 해야지.”
―친박연대 수사 때문에 복당에 어려움이 있지 않나.
“그것은 잘못된 것에 대한 문제이지, 그것 때문에 전체 복당이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들도 ‘정당 개혁이나 정치 발전이 이번에 후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소속이나 이런 분에게 표를 준 것이다. 분명히 잘못된 것인데 한나라당에서 ‘복당을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도 다 알고 있는 잘못을 당에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이 문제가 잘 마무리돼 같이 힘을 합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