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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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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미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앞으로 6자회담과 관련해 의회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일부에선 북한의 핵 확산이 부시 행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이었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24일 본보가 접촉한 미 행정부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당장은 역풍이 예상되지만 6자회담이 미 행정부의 태도 변화 때문에 좌초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공개된 북한-시리아 관계=미 중앙정보국(CIA)의 의회 및 언론 브리핑을 종합하면 문제의 핵시설은 지난해 9월 6일 이스라엘의 폭격 당시 가동 능력을 갖추기 직전 단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폭격 당시 시설 내에 북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게 미 정보 당국의 추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시리아 원자력위원회 인사와 북한의 6자회담 참가 인사가 시리아 번호판 자동차를 배경으로 함께 찍은 사진 등은 북한의 협력 의혹을 짙게 한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CIA가 비공개 브리핑에서 문제의 사진 속 인물의 신원에 대해 ‘전지부(또는 전치부·Chon Chibu)가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맞다”라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 의회 소식통은 “시설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에는 북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CIA의 브리핑 내용은 시리아가 우라늄을 어떻게 구할 계획이었는지, 플루토늄을 추출할 재처리 시설은 어디 있는지, 북한의 협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 ‘불충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사진도 촬영 장소와 시점이 확실하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CIA가 제시한 비디오는 스틸사진과 설계도를 묶어 만들었으며 음성 설명이 들어가 있다고 보도했다.
▽왜 공개했나=뉴욕타임스 등은 CIA의 의회 브리핑에 대해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6자회담에 제동을 걸기 위해 만든 작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보도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 소식통은 “의회가 수개월 전부터 강하게 정보 공개를 요구해 왔고 예산(정보기관 예산 또는 대북 중유 제공 등 북핵 관련 예산을 뜻하는 듯)까지 문제 삼을 태세여서 지난달 말부터 브리핑을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미국은 시리아 폭격 관련 정보를 비밀에 부치기로 이스라엘과 약속했으나 지키기 어렵게 돼 이달 초 이스라엘과도 공개 문제를 협의했다는 것.
이 소식통은 “CIA 브리핑을 최종 승인한 곳도 백악관(부시 대통령)이며 북핵 협상을 최종 승인하는 곳도 백악관”이라며 “뒤늦게 정보를 공개한 것은 (강경파의 음모가 아니라 의회와 강경파의 반발에 밀려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측면이 강하다”고 전했다.
이날 미 행정부는 “폭격 직후 정보를 공개하면 시리아가 이스라엘에 보복할 것을 우려해 공개를 늦춰 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정보 공유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선택의 문제였고 여러 대안이 있었다”며 “예상보다 강한 수위로 공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즉, 공개 결정 자체를 강경파의 음모로 볼 수는 없지만 국무부 협상파에 대한 불만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