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결국 속았다”에 姜, 전격 “불출마”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공천 결과를 비판하며 당 지도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박경모 기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공천 결과를 비판하며 당 지도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박경모 기자
이재오, 李대통령과 심야회동… 금명 ‘결단’ 가능성

親李후보 55명 “이상득 사퇴해야”… 본인은 일축

한나라당이 총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급속히 내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친(親)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총선 출마자 55명이 23일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당 공천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자 강재섭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심야 회동한 뒤 불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히고 금명간 공식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 측근 의원이 전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당 일부의 불출마 요구에 강력 반발했다.

▽강재섭 전격 불출마 선언=강 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대표직은 총선 결과를 보고 거취를 정하겠다고 했다.

강 대표는 “저는 국민 여망인 정권교체의 마무리가 되는 이번 총선의 승리를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며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당 지도부 책임론 공세=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공천은) 정당정치를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라며 “그 책임은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도부의 ‘공정 공천’ 약속을 언급한 뒤 “많은 사람이 제가 속을 것이라고 했지만, 속을 줄 알면서도 믿고 싶었다”며 “그러나 결국 저는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잡겠다”며 총선 후 당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재오 불출마 선언할 수도=이 의원과 측근들은 총선 불출마로 가닥을 잡고 향후 대응책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후보 등록 일정을 감안하면 금명간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의원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자신의 불출마 문제를 비롯해 당 내분 수습 방안, 총선 전략 등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명박계 출마자들의 집단행동=한나라당의 총선 출마자 55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형님 공천’ ‘형님 인사’ 등으로 민심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됐던 이 부의장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향후 일체의 국정 관여 행위를 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잘못된 인사, 의미가 퇴색한 개혁공천 등과 관련해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국민들께 사과하라”며 “(이 대통령은) 인사 파동을 초래했던 청와대 관계자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를 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상득의 강력 반발=이 부의장은 이날 밤 통화에서 “내가 불출마를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부의장은 “공천 과정에 내가 개입한 것도 아니고, 당과 공천심사위원회가 깊이 판단해 나의 공천을 결심했기 때문에 지역구인 포항 시민들의 심판을 받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공천 개입 안 했다”=청와대 관계자는 강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당이 단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 요구 등에 대해서는 “당 공천에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았는데 모든 책임을 청와대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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