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대선 유권자표심 보고 투쟁방식 변화 필요성 느껴”

  • 입력 2008년 2월 29일 02시 56분


28일 서울 용산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위원장 이취임식에서 장석춘 신임 위원장(왼쪽)이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며 이용득 전 위원장과 손을 마주 잡았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용산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위원장 이취임식에서 장석춘 신임 위원장(왼쪽)이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며 이용득 전 위원장과 손을 마주 잡았다. 연합뉴스
일문일답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투쟁에서 협력으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때만 되면 파업하고 투쟁하는 구태적인 방식은 국민뿐 아니라 노조 조합원조차도 식상해하기 때문에 노동운동 패턴을 시대에 맞게 바꿔 나가야 한다. 이제는 구태적인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이 아니라 피를 흘리지 않고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 같은 인식의 근거는 뭔가.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유권자가 보여 준 표심만 봐도 국민이 노조의 투쟁 방식에 얼마나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기업 임금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의미는….

“정규직 노동자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우리 노동계부터 솔선수범하자는 것이다. 물론 경영계와 정부도 그에 상응해 중소기업과 노동자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 노조원들이 반발하지 않겠나.

“(한국노총 내에서도) 대기업 노조원들은 싫어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을 의식하면 위원장으로서 소신껏 일할 수 없다. 저를 뽑아 준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그런 소신에 지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노사 협조’ 취임사 처음… 재계 환영논평도 처음

“이용득 전임 위원장을 넘어서는 파격이다.”

재계는 한국노총 장석춘 신임위원장이 28일 취임사에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은 제1의 국민적 과제로 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힌 대목에 적지 않게 놀라는 표정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용득 전임 위원장이 미국에서 대(對)한국 투자 확대를 호소하기도 했지만 노동단체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공개적으로 노사협조를 강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가 장 위원장의 취임사 내용에 대해 이례적으로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낸 것은 이 같은 노동계의 변화에 대한 화답 성격이 짙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요즘 재계의 화두가 투자와 일자리 확대이지만 노동계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노사가 함께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면 한국 경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크게 달라질 노동정책이 벌써부터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의 모 임원은 “이 대통령이 노동계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과거 정부와 달리 법과 원칙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보인 게 한국노총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변해야 하는 이유로 “시대적 상황이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에 냉담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제는 구태적인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이 아니라 피를 흘리지 않고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강경 투쟁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는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말고 우선 협상해 보고 끝까지 해 봐도 도저히 안 되면 그때 가서 투쟁을 해야 한다. 그래야 투쟁에도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에 각을 세우는 민주노총과 달리 정부에 협력할 것은 최대한 협조해 실리를 얻어내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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