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영향 안받는 ‘韓美 공동의 가치’ 담을 듯

  •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대통령 당선인 미국특사인 정몽준 의원(오른쪽)이 워싱턴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미 행정부 인사 초청 만찬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악수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당선인 미국특사인 정몽준 의원(오른쪽)이 워싱턴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미 행정부 인사 초청 만찬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악수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자유민주-법치-인간 존엄성-개방사회-언론자유-자유무역-반테러

■ 한미동맹 미래비전 내용

방미 중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단이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과 협의하게 될 ‘한미동맹미래비전’(가칭) 선언에는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강한 의지가 담길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미래비전’ 선언은 한미 간 ‘안보동맹 강화’를 핵심으로 하며 ‘한미일 삼각공조 체제 복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 변경을 포함한 연합방위능력 강화’ ‘북한에 대한 공동 전략 입안’ 등 파급력 있는 합의 도출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 필요한가=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22일 “현재 미국 측 고위 관리들은 한국의 정권 교체 후 한미동맹이 강화되리라고 어렴풋이 예상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지 상태인 그들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한미동맹 청사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53년 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틀만으로는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한미관계는 남북한 대립을 둘러싼 한반도 상호방위에 국한돼 왔다. 그러나 대(對)테러전쟁, 기후변화, 경제협력 등에 두 나라가 효과적으로 협력하려면 한미동맹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시키는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비전’ 선언을 추진하면 한반도 관계에 머물러 있던 한미동맹을 세계 속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문서 형식으로 남기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미 간 조약은 두 가지다. 안보 협력의 상호방위조약에 최근 경제 협력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더해졌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 등 대테러 전쟁에 한국이 어느 정도 참여할지 미국과 긴밀히 논의해야 할 환경에 처해 있다.

이미 양국 국방장관회담과 외교장관회담이 존재하지만 국방과 외교 문제를 함께 다루는 ‘2+2’ 국방·외교장관급 회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미국 싱크탱크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한반도 문제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의회에서는 ‘주한 미군 주둔이 왜 필요하느냐’는 여론도 있는 데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동지역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왜 필요한지 반드시 이유를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어떤 내용 담길까=‘미래비전’ 선언에는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공유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특사단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한미동맹이 영향을 받는 데서 벗어나 한 단계 성숙한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가치 공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는 한미 관련 실무자들의 협상에도 기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래비전 선언은 지난해 한국국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제언과 비슷한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외교정책협회, 코리아소사이어티, 한국국제정책연구원은 회의를 거쳐 ‘한미관계의 미래를 위한 제언 10가지’를 발표했다. 제언은 ‘한미동맹의 가치 공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가치는 크게 다음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투명성, 인간의 존엄성, 개방사회, 언론자유, 자유무역, 반테러라는 공동의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 대북관계 정상화,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 유도, 동북아 평화와 안정 및 발전 등 공동 이익에 바탕을 두고 있다.

셋째, 한국군의 아프간, 이라크, 레바논 파병에서 보듯 동맹의 범위가 점차 범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넷째,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과 세계 10위 경제국 간 공동의 경제이익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제언의 마지막 10항은 “한미 양국 지도자들은 양국을 한데 묶는 공동이익과 가치, 그리고 한미동맹이 왜 중요한지에 관한 설명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 위에 인권, 환경보호, 인간밀매 및 해적행위 방지, 반테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등과 같은 공통 어젠다를 놓고 긴밀히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제언’은 또 △북한에 대한 공동전략 입안 △한미 간 외교·국방장관회담 가동 △한미일 공조체제 복원 △북한 비핵화 후 경제·정치적 지원 방안 모색 △양국의 연합방위능력(joint capability)과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 강화 △한미 FTA 조속 비준 후 역내 FTA로 환태평양 협력 유도 등 구체적인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담고 있다.

워싱턴=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미동맹 대폭 강화” 부시에 당선인 친서

방미 정몽준특사 전달 예정▼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미 특사단장인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할 이 당선인의 친서에 ‘한미 동맹관계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당선인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21일(현지 시간)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미래지향적인 한미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미국 측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라며 “한미 간에 그동안 진솔한 대화가 부족했기 때문에 한미관계가 많이 훼손됐다. 이를 정상화시키고 한미 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26일까지 미국에 머무르면서 정부, 의회, 금융계, 학계 인사들과 만나 한미동맹 강화의 의지를 밝히고 새 정부의 대미 외교 추진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워싱턴에서 딕 체니 부통령,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해외 출장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대신한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을 면담한다.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은 추진 중이나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 면담이 불가능할 경우 정 의원은 체니 부통령이나 해들리 안보보좌관 면담 때 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척 헤이글 상원의원,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 등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하고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관계자 등과도 만나 간담회를 연다.

24일 뉴욕으로 가 월가 금융계 인사, 언론사 간부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뒤 27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방미에는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김우상(연세대 교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이 동행했다.

이 당선인 취임 후 방미는 ‘국빈 방문(state visit)’이 아닌 실무 방문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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