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측 “李후보 안만날 이유 없다”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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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밤 현재 대선 3수 선언을 놓고 나흘째 지방에서 장고(長考) 중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동시에 국민중심당 등 군소 정파 및 정치권 외곽 세력과 연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昌 측, “무소속으로 가는 방안밖에 없어”

이 전 총재의 대변인 격인 이흥주 특보는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탈당 후) 창당을 한다든가 (국중당 등) 남의 당 후보로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런 방식은) 진솔하게 이 전 총재의 모습이 담기지 않으므로 결국 혼자 가는 방안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보는 이날 국중당 심대평 대선 후보가 후보직 사퇴 등을 전제로 이 전 총재를 만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서는 “어느 한쪽을 배제하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포용과 화합이라는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한다. 이 전 총재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폭넓게 연대해 국민에게 다가서야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전 총재에게 먼저 손을 뻗은 국중당,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 외에 어떤 세력과 제휴를 검토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1997, 2002년 대선 때 많이 도왔던 좋은 인재가 주변에 많다. 그런 분들이 다시 많이 모이지 않겠느냐”고 말해 흩어진 ‘이회창 맨’들을 규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 특보는 전날에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프레시한(신선한)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선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타협의 여지를 열어 뒀다.

이 특보는 “보수우파가 갈라져 (보수 세력의 대선 승리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게 이 전 총재의 기본적 방침”이라며 “이 전 총재가 귀경하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후보를 안 만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 “따로 준비한 공약은 없고 이전 공약을 업데이트할 것”

대선이 불과 44일 남은 현 시점에서 이 전 총재가 공약, 선거 체제 등 국민이 선택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를 갖출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분열론’과 함께 재출마를 둘러싼 이 전 총재의 또 다른 고민이기도 하다.

이 특보는 이날 ‘기본적인 선거 조직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선 출마 등) 뭘 하려면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져야 하는데 전혀 준비가 안 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 전 총재가 이런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BBK 주가조작 사건’ 등 각종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가려지긴 했지만, 매니페스토 운동 등 정책 선거가 정치권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 정치권을 떠나 있던 이 전 총재가 2007년 버전의 공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도 논란이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는 대선 출마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약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면서도 “두 번의 대선에서 공약을 잘 만들어 뒀다. 그것을 업데이트하거나 리모델링할 수 있는 인재가 주변에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아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출마를 공식 표명하고 난 뒤 그때 청와대 판단이 있다면 견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견해라고 꼭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면, 그리고 국정운영과 정치발전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다면 그때 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일찌감치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예상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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