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의 관훈클럽 일문일답

  • 입력 2007년 11월 5일 1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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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5일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 움직임과 관련해 "한국 정치를 보면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 전 총재는 아직 한나라당 당원이고 10년전 조순 총재와 힘을 합쳐 한나라당이란 명칭으로 새롭게 창당한 주인이기도 하고, 한나라당 당원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으로 대통령 후보를 2번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언급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자신인데, 대선 출마를 2차례나 했고 지금도 당원인 이 전 총재가 재차 대권도전에 나서는 것은 '경선불복'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는 또한 이날 토론에서 대립 대신 통합을 추구하는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는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나라 안팎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가 나아갈 길을 여는 국가경영의 정치이자 정치의 수요자인 국민들이 살맛나게 하는 정치"라며 "모두가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리는 '생생지락(生生之樂)'의 편안한 세상, 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관훈클럽 패널리스트들과 이 후보가 나눈 일문일답.

-이회창 전 총재와 정면승부가 불가피해 보이는데, 언제까지 설득만 할 건가?

"한국 정치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이 전 총재께선 아직도 한나라당 당원이고 10년 전 조순 총재와 힘을 합쳐 한나라당이란 명칭으로 새로운 창당을 했다. 주인이기도 하고. 한나라당 당원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으로 대통령 후보를 2번 했다. 본인께선 아직도 스스로 출마 여부 말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사리가 분명하고 원칙을 지키고 명분에 많은 중심을 두고 있는 분이므로 계속 설득을 시키는 것이 나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선 본인이 고심 중이라고 하니 내가 위로도 할 겸, 설득도 시키는 노력을 한나라당과 함께 하겠다."

-출마하게 되면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인가?

"그런 것은 질문을 안 해도…. (이 전 총재가) 출마 하면 저도 출마하는데…. 한나라당이 대응이라고 굳이 말을 안 하더라도 할 얘기가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나 이 전 총재를 끌어안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보였다면 내가 부족한 탓일 수 있다. 부분적으로 인정한다. 박 전 대표와 나와의 이해가 있더라도 양 진영 사람들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하루 아침에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이해를 시킨면서 개개인의 성격 따라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이 전 총재는 보름 전에 점심식사를 함께 할 때도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히 하자고 했었기에 사실 대비를 못했다. 이 전 총재를 믿어서 한 점 의심도 하지 않았다. 이 전 총재가 최종 결정 내리기까지는 설득에 설득을 하도록 노력을 하겠다. 박 전 대표와 관계에 있어선 더 없는 노력을 하겠다. 앞으로 우리 진영의 캠프에서 일했다고 해서 당의 화합을 깨는 어떤 언행도 용납될 수 없다 하는 점을 이재오 최고위원도 깨달았을 걸로 안다. 말 한마디 한 마디, 언행을 조심하도록 하고,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가 있다는 점에서 적전에서 단합·화합하는데 최선 다하겠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부정부패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한나라당이 아직 오명을 벗지 못했으나 이번 선거를 통해 과거 차떼기당의 오명을 떨칠 합법적이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점 천명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손해를 볼지언정 정책대결로 이번 선거를 끌고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상대가 아무리 2002년 재미봤던 네거티브 전략을 2007년에도 다시 쓰겠다는 의도를 보이지만 국민 의식은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국민 향해 가능하면 네거티브 대응을 안 하는 원칙, 정책대결 한다는 원칙, 정말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원칙 세 가지를 통해 이번 선거를 치르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이미지가 많이 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공천 헌납 문제 등이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돈을 많이 써야하는 풍토는 상당히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무나 보내면 당선된다고 해서 당 위주로 공천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인물을 공천하게 되면 돈 선거가 아닌 정치풍토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나?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를 제안하고 연립내각 (제안도) 던지고 하는 것은 진정한 제안이라기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른 전략적 제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헌법 개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헌법 개정도 중요하나 기존 헌법을 잘 준수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권력구조만 갖고 헌법 개정하는 것보다 21세기에 맞게 남녀동등권이나 환경문제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한 일중 계승할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 있나?

"장점을 찾는 것은 굉장히 힘들게 찾아야 할 것 같다. 잘못된 것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한다면…. 이 말도 조심해야 한다. 내가 지금 노 대통령이 나를 고발해서 피고발인이 돼 있기 때문에…(좌중 웃음). 노 대통령이 4년간 큰 교훈을 줬다고 생각하고 내가 당선된다면 참고해서 국정을 잘 살피도록 하겠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 김경준이 미묘한 시기에 들어오는데 속셈이 뭘까?

"매우 간단한 범죄행위인데 정치적으로 굉장히 복잡해져서 나도 복잡해졌다.(웃음) 한국에서 저지른 죄는 한국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봐서 2년반동안 (김씨의 귀국을) 독려했으나 여러 방법으로 항소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인이 대선을 앞두고 들어오겠다고 하는 것에 의구심을 가진다. 갑자기 들어오게 된 심경의 변화가 무엇일까 하고 정치적 의심을 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정치적 판단보다 법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김 씨가 들어온다고 정치인들이 선거전략에 득을 보겠다고 하는 것은 한국 정치가 너무 낮은 수준이다. 검찰이 매우 공정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한 법 집행을 부탁한다."

-대통합민주신당은 BBK 주가조작에 이 후보가 연관돼있다고 주장한다.

"아주 심플(간단)하다. 주가조작을 해서 피해자가 5000명이나 된다면 5년이 지났는데 주주들이 한 건도 나에 대해 고발 안하고, 왜 미국에 있는 사람을 고발하는 지 잘 생각해봐라. 이는 내가 관계없다는 것을 그 사람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BBK와 관계없다는 것은 금감원, 검찰에 의해 모두 밝혀졌다."

-만약 대선 전에 BBK와 관련성이 드러날 경우 후보 사퇴할 의향이 있나?

"국세청이 내 주위 사람 97명을 수백 회 조사했다. 그 정도 조사했는데 이 만큼도 안 나오면 내가 삶을 제대로 살았다는 뜻이 된다. 지나가는 사람이 '저 사람 도독놈이다'라고 하면 그렇게 지적받은 사람이 해명해야 하나? 청와대가 나한테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내가 노 대통령에게 김해 집 짓는 것을 누가 지어줬느냐고 하면 되겠나? 정치권에서 지적하는 문제를 다 해명하려고 하면 정치할 수 없다. 왜 청와대, 국정원, 국세청이 끼어드나? 이 정도 공격을 받고 건재한 것을 보면 나는 내 삶을 건전하게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다 책임지겠다는 경솔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내가 주가조작 했다는 것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내가 무엇이 답답해서 주가조작을 하는데 끼어들겠느냐."

-같은 경제인인 문국현 후보와 같은 방식으로 재산검증 받을 용의가 있나? 기부 내역 밝힐 수 있나?

"대선을 앞두고 사회에 기부한 것을 했다고 말할 만큼 내가 수준이 낮지 않다. 세상 살면서 나름대로 역할하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기부행위 하면서 세상이 알도록 하는 그런 방식은 하지 않고 살았다. 내가 35살 때 CEO가 돼서 긴 세월 대표적인 기업인을 했다. 내 재산이 모 후보의 2배 정도 된다면 조금 억울하다. 그 작은 회사에서 137억을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기업하던) 그 때 스톡옵션이 없어서 조금 억울하다. 내가 서울시장을 할 때 그런 것(사회기부)들이 알려졌다. 비밀로 첫 달 월급부터 환경미화원을 하다가 다친 사람들의 자제들 학비로 보냈다."

-서울시 봉헌, 민주화 인사 및 교수 비하 발언 등 부적절한 언행이 많았다.

"그렇게 보였다는 점에서 나 스스로 많은 것을 주의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게 되면 이렇게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의 기울인다. 단지 대학교수들은 비하한 게 아니라 노조는 출퇴근이 있고 시간 베이스로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어야 하는데, 교수들이 노조 만드는 게 온당한가 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게 비쳐졌다면 대통령(후보)에 맞는 언행으로 다듬어 나가겠다."

-김윤옥 여사의 핸드백과 아들의 샌들이 화제가 된 적 있었다.

"우리 집 사람이 비싼 백을 사들고 다녔다. 잘못됐다고 본다. 앞으로 그런 일들이 없을 것이다. 서울시장 때 내가 회갑을 맞아서 여행가려다 못 갔더니 대신 사위 셋이 합쳐서 (장모에게) 그런 선물을 했다. 선물을 잘못한 것 같다. 현금으로 주지(좌중 웃음). (사위들이) 많이 반성하고 있다. 세 사위가 와서 울고불고 나에게 사과했다. 측은하더라. 사위들이 인터넷에 자기들 소회도 띄웠다. 우리 아이 샌들은 그게 이태원에서 3만원짜리다. 판명이 됐다. 그런데 판명된 것은 잘 안 나오더라. (좌중 웃음)"

-경제외교만 강조하면 다른 나라에서 한국이 국익만 추구한다고 보지 않을까?

"우리가 2만 달러 정도 소득이 되면 세계 회원국으로서 우리 역할도 올려야 하고, 문화 이미지도 올려야 한다. 남북 문제도 그렇다. 경제 통합을 먼저 이루고 다음에 정치통일을 해야 한다는데 여야 모두 의견이 통일돼있다. 진정하게 북한과 북한 주민을 사랑한다면 자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하면 북한에 더 이익된다는 점에서 제안을 한 것이다. 21세기 외교가 경제외교와 자원외교에 상당한 비중이 있다는 뜻에서 한 것이다. 경제외교가 전부라는 뜻에서 한 얘기 아니다."

-북한 인권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건가?

"북한 주민에게 빵도 매우 필요하지만 자유와 인권 이런 것들이 더 급박할지 모른다. 북한주민에 대해 자유권, 행복권 등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빠르지 않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에 대해 추가협상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한미 관계는 상처받은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지 친미란 관점에서 해석할 게 아니다.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좋다. 전사 작전권 문제는 미국이 주도한다고 해도 전쟁을 유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전쟁을 억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작전권 문제는 협상을 다시 해서 원점으로 돌린다기 보다는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봐서 2012년 이후로 (시기를) 연장하자고 얘기하는 것이지 재협상을 해서 원천적으로 재수정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 300만 개 만들려면 연간 10% 성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투자가 1% 밖에 성장하지 않았다. 7% 성장하면 그 정도 일자리가 나온다. 기업인들이 느낄 때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기업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마인드가 있다.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기업인들이 한번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다. 근거를 갖고 7%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재개발을 활성화해서 부동산 공급 문제를 풀겠다고 했는데…?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러나 내가 대통령 된다고 주택가격 30% 낮출 수 있겠느냐. 그러나 도심 용적률을 높이면 신도시 몇 개 만드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 도로 등 인프라 만드는데 돈이 안 들고 속도가 빠르니 빨리 입주할 수 있다. 신도시 만들려면 보상도 해야 하고 부작용이 많다. 필요한 신도시는 해야 하지만 도심 재개발 하는 게 맞다."

-경부고속도로 기능 정상화와 대운하 중에서 어떤 게 국민에게 도움 되나?

"2013년 교토의정서가 효력을 발휘해 화석에너지 쓰는 공장 더 지을 수도 없다. 가장 큰 과제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붐비는 것도 트럭과 버스, 승용차가 다 다녀서 그렇다. 대형트럭 다니는 것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운하가 지구온난화와 기상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라고 해서 세계적으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 내가 대통령이 돼서 운하를 하면 대한민국 예산도 안 쓴다. 골재 팔아서 70% 이상 비용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들이 환경 문제를 걱정하니 대통령이 되면 국내외 권위자를 모아서 다시 한번 검토시켜서 국민들이 안심하도록 사업을 하겠다."

-대입 자율화한다고 하면서 본고사는 안 될 것이라고 한 것은 모순 아닌가?

"대학의 입시 자율화가 본고사 복원이란 등식은 성립될 수 없다. 대학에 입시자율화를 줬다고 해서 30년전 본고사로 돌아갈 대학은 없다. 대학 총장들에게 의사가 어떤가 물어봤더니 자율권을 주면 본고사를 하겠다는 대학을 보지 못했다. 대학에 맡기면 대학은 특화될 것이다. 본고사를 봐라, 말아라 하는 것도 자율권이 아니다."

-금산 분리에 대한 입장은…?

"금융만 전문화되면 주택 개발과 토지 개발도 정부 예산 쓸 필요 없다. 그러나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펀드화돼서 투기를 한다. 지금 우리 상태에서 금산분리를 딱 막아놓으면 정부가 갖고 있든지 외국에 주든지,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재벌이 (금융을) 갖고 있으면 마음대로 운영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데 지금은 은행법에 의해서 갖고 있어도 마음대로 못한다. 그렇다고 재벌회사가 갖는 것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책 연금기금이 지금 수백 조 원이 되는데 운영 기법이 없으니, 전부 채권만 산다. 이런 것들이 자유롭게 좀 금융 쪽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면 국내의 은행도 우리가 유치할 수 있지 않겠나? 중소기업 협회가 돈을 모아서, 수백 개 회사들이 모여서 하면 된다. 재벌회사가 들어온다고 하면, 4대 재벌은 좀 불이익을 줘서 하면 된다. 외국은행에 (우리 금융이) 다 넘어가 버리면 앞으로 산업은행, 우리은행 민영화해야 되고 중소기업(은행) 민영화해야 된다. 산업자본이 아니고 금융자본만 들어오라고 한다면 불 보듯이 이것은 외국으로 다 넘어간다. 재벌이 반드시 갖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수많은 중소기업과 국민들이 참여하는 이런 국민의 은행으로 만들 수가 있다. 포항종합제철이 재벌 회사가 가진 게 아니고 외국은행들이 갖고 있는데, 포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외국에 넘어가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도 기간산업은 보호한다. 그냥 개방한다고 하니까 어설프게 다 내놓고 다 넘겨준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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