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진영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정 후보는 참여정부 실패론을 부정하고 노 대통령 계승론까지 언급하며 화해 의사를 구체화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냉담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과 정 후보의 관계 회복 문제에 대해 묻자 “정치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의 열린우리당 해체 주장 등에 대해 선(先)사과를 조건으로 내세우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천 대변인은 “자꾸 ‘관계 회복’ ‘관계 정상화’란 말이 나오는데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며 불쾌감도 드러냈다.
천 대변인은 ‘정치 원칙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란 것은 관계 회복이 상당히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질문에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 공감대가 이뤄질 수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만 했다.
노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첫째고, 원칙 있는 패배가 그 다음”이라고 말할 만큼 승패보다 정치에서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
노 대통령이 정 후보를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판한 것도 ‘원칙’의 문제란 얘기가 많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으며 ‘참여정부 황태자’란 평가를 들었던 정 후보가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도하고 자신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을 노 대통령은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봤다는 것.
더구나 노 대통령은 지난달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이 무너질 때가 제일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정치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과연 형성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일단 일정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정 후보의 태도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천 대변인도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날 노 대통령의 386 최측근인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도 정 후보에 대해 “과거에 대해 깊이 있는 반성과 새로운 각오를 밝히지 않는 한 우리의 마음까지 모두 가서 그를 돕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참평포럼 홈페이지에 올린 ‘경선 결과를 승복합니다. 그러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을 부수고 참여정부에 대한 야당, 언론의 근거 없는 공격에 줏대 없이 흔들렸으며 경선에서 구태를 보인 과오에 대한 정 후보의 반성과 새로운 각오만이 미래를 열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후보의 ‘구애’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언급을 미루고 있는 노 대통령은 이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노 대통령은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벤처기업 대상 특별강연에서 유 전 장관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찍 기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사람”이라고 신뢰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좀 일찍 기용했더라면 지금 복지정책이 한참 나아가 있을 것”이라며 “그것도 시장친화적인 복지정책이 여러 가지 새롭게 됐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시장친화적 진보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국가 미래전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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