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도 李도 글쎄…” 총선까지 의식 ‘현실적 대안’ 선택

손잡은 3인
1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자 지명대회에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가운데)이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손학규(왼쪽) 이해찬 두 후보와 손을 잡고 단상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정동영 후보선출 의미와 과제

孫은 당내 리더십 의문… 李는 친노 이미지 부담

대선-총선 시간표 급박… 당 추스를 鄭손 들어줘

후보 단일화 주도권 - 경선과정 갈등 치유 과제로

대통합민주신당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대선후보로 선택한 것은 연말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카드’라는 당 안팎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선 승리의 목표가 혹시 좌절되더라도 최소한 엇비슷한 양자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지, 당의 구심점이 돼 총선에서도 한나라당과 맞설 세력과 진영을 유지시킬 수 있는지가 ‘선택 기준’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조직·동원선거로 인해 범여권의 대의(代議)가 후보 선출 과정에서 제대로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당장 신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정동영 후보’의 의미는=경선 초기만 해도 정 후보의 입지는 불안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인 선진평화연대 인사들이 대거 중앙위원 지분을 차지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손 전 지사를 측면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신당 내 시민단체 출신들도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지 않으려면 차라리 손학규가 낫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고, 단일화 파트너로 거론된 민주당에서도 ‘분당(分黨)의 주역’ ‘정권 실패 세력’으로 정 후보를 지칭하며 마뜩잖아했다. 김원기 정세균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중진그룹도 정 후보와 ‘김한길 그룹’ 간의 당권 거래설에 공개적인 유감을 표시했고 일부는 사실상 손 전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촬영: 김동주 기자

그러나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1월 전당대회를 거쳐 2월에는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해야 하는 급박한 시간표가 당내 ‘말없는 다수’를 그래도 리더 경험이 있는 정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 세력으로 끌어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손 전 지사가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지면 ‘호남+개혁세력’이라는 당의 존립기반이 무너지고 내년 총선에서 ‘소수 야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한몫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대안이 될 수 있었지만 민심과 괴리된 그의 친노(親盧·친노무현) 근본주의적 시각은 지지세의 외연을 확대하지 못하고 오히려 ‘친노 고립’을 자초하며 우호 여론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요컨대 ‘3기 민주정부 창출’을 앞세우긴 했지만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적당히 거리를 둔 정 후보가 내년 총선의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는 데 여러 정파의 공감대가 모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과제는=대선을 대선답게 치르는 전제조건이 되는 것은 물론 1차적으로 민주당 이인제 의원, 장외 주자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등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정 후보가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최소한 20%대의 지지율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워낙 경선 과정에서 정 후보 측 불법선거 의혹이 많이 불거져 ‘컨벤션 효과’가 기대만큼 생겨날지는 미지수다. 정 후보는 본보-코리아리서치(KRC) 여론조사에서 9, 10월 모두 10%대였으나 7, 8월에는 2% 안팎이었다.

이 전 총리 측에서 “5년 동안 대선 운동해서 겨우 5%냐”고 한 것도 ‘보여 줄 것 다 보여 준’ 그에게 추가 상승 여력이 있겠느냐는 냉소였다. 물론 정 후보 측은 “단일화 구도까지 마무리되면 최소 25%대는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내부 단일화가 더 시급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 전 총리 측과 ‘갈 데까지 간’ 갈등국면도 정 후보로서는 빨리 수습해야 한다. 정 후보에 대해 가뜩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이용만 하고 결별한 배신자’라는 생각을 품고 있던 친노 그룹의 부정적 여론이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중도세력 확대와 문 전 사장 측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받는 손 전 지사의 당내 위상을 잡아주는 것도 정 후보의 몫이다.

결국 정 후보가 손 전 지사, 이 전 총리 측에 ‘당권’ 보장을 해 주면서 이들에게 대선 협조 요청을 받아낼 것이라는 당내 여론도 이런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