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헌법기관 무시 파문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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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정통성은 선출직에서만 나온다?”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원광대 특강 등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 반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 의 386 최측근인 안희정(사진) 참여정부평 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이 19일 노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며 헌법기관의 권능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이날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부산 참여정부평가포럼 창립대회 초청강연에서 최 근 노 대통령의 잇단 대선 개입 발언에 대해 선 거법 위반 결정을 내린 중앙선관위를 공격했 다. 그는 “권력과 세상이 민주화되니까 임명제 공직자들이 언론권력의 눈치나 보고 대통령의 정당 활동과 입을 막으려 한다”며 “대통령은 정치인이지만 지금까지 법과 제도, 사리에 어 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또 “선관위나 대통령 모두 헌 법기구이나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만이 유일하게 정통성이 있는 권력”이라며 “선관 위, 검찰총장, 헌법재판소 등은 정확히 자기 위치를 잡아야 한다”며 대통령을 ‘나라의 왕’이자 ‘집안의 가장’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권력의 정통성은 ‘선출직’에서 나오는 데 직접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을 ‘임명제 기관’이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안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헌 법 정신을 무시한 ‘선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 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무 시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선관위는 안 위원장이 말하는 대로 ‘임명제 기 관’이 아니다. 선관위원 9명 중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각각 지명토 록 한 헌법정신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절대 권력이 각종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게다가 현재 9명의 선관위원 중에 는 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이들도 있다.

안 위원장은 “헌법기구(대통령과 선관위) 라고 해서 똑같은 헌법기구라고 할 수는 없 다”고 했다. 대통령은 선출직 헌법기구이고 선관위는 권력기관에 의해 임명된 위원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권력의 정통성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논리다.

그러나 선출직 헌법기구인 대통령은 국민 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더라도 전제 군주 시절의 ‘제왕’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행 할 수 없도록 각종 견제기구를 두고 있는 헌 법 정신을 망각한 것이다.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51%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100%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 한 문제점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 치권에서는 헌법기관의 결정을 대통령도 아닌 대통령의 비공식 참모가 가타부타 언급하고 나선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오 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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