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 지지율' 변곡점 맞고 있나

  • 입력 2007년 4월 19일 17시 23분


고공행진을 벌여오던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도에 변화 추이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8, 9월 20% 중반대의 지지율에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해초에는 한때 50%를 넘나들던 여론 지지도가 최근들어 일부 조사에서 40% 안팎으로 빠지면서 변곡점을 맞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19일 YTN과 글로벌리서치 조사에서 이 전시장의 지지율은 34.1%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조사기관의 이달 4일 조사 때 47.8%에서 무려 13.7%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당내 경선 라이벌인 박근혜 전 대표는 22.1%로 직전 조사 때와 같았다.

글로벌리서치측은 조사 보고서에서 "이 전 시장 지지도가 하락하고 기권·모름·무응답이 16% 상승한 점이 주목된다"며 "이 전 시장의 지지도 하락은 여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권(-29.5%)에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앞서 11일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은 전주 대비 6.4% 포인트 하락한 37.7%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7% 포인트 오른 25%의 지지율을 보였다.

리얼미터 보고서는 "김유찬 전 비서관이 이명박 리포트 출판기념회에서 이 전 시장을 다시 비판했고, 서청원 전 대표가 박 전 대표 캠프에 합류했으며, 게다가 지난달 이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 관련자 7명이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쳐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9일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은 42.3%로 3월 27일 조사 당시의 47.8%에 비해 5.5%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양상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밴드왜건 효과(여론조사 발표가 1위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선거이론)가 어느 정도 형성되면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핵심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최근들어 지지율이 소폭 조정국면에 있는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만일 경선 막바지나, 본선국면에서 이런 조정기가 온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니냐. 지금 시점에서 조정을 받으면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시장측은 14일 자신들이 의뢰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전 시장이 45.5%로 3월 조사 때의 45.8%와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세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거품이 확연히 빠지고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호남 등 범여권 지지 지역에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거품이 제거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거품있는 후보가 본선에 나갈 경우 그 위험부담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이 양측 캠프는 서로 여론조사의 신빙성 문제를 제기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두언 의원은 "이번 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처럼 지지율이 한꺼번에 10% 포인트 이상 빠진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조사방식을 '선호도 조사'에서 갑자기 '지지도 조사'로 바꿨는데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조사일을 투표일로 가정하고 '어느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이냐'고 묻는 방법으로 바뀌면서 지지율에 차이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반면 박 전 대표 캠프의 최경환 의원은 "이 전 시장측이 계약을 맺고 있는 유수 조사기관의 고위 관계자가 이 전 시장의 핵심 참모"라며 "여론조사와 정치컨설팅을 같이 하는 것은 변호사가 쌍방 대리인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그런 기관의 조사 결과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이 같은 '여론조사 대치'는 경선전의 과열로 이어지면서 당 내홍의 격화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 당직자는 "지지율을 고수하려는 이 전 시장측과, 이를 반전시키려는 박 전 대표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검증 공방이 다시 부각될 수도 있고, 양측의 줄세우기도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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