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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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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은 그 ‘통치자’의 생일을 맞아 주민에게 선물 꾸러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이달 초 각 기관에 한 달치 식량을 한꺼번에 공급하도록 했다는 소문이 있다. 공장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사탕, 과자 생산이 마감 단계라고 한다.
여기에 설까지 겹쳐 5일간의 연휴를 즐기게 됐다니, 겨우내 굶주린 북한 주민들에게는 적잖은 기쁨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북한이 이처럼 ‘흥청댈’ 수 있는 데는 1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 종료 선언이 나오기도 전인 12일 남측이 남북장관급회담 재개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게 큰 몫을 한 것 같다. 남측의 대화 제의는 곧 비료 30만 t 이상과 쌀 50만 t의 대북 지원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으로 대북 식량 비료 지원을 유보하면서 ‘핵 문제가 가닥을 잡으면’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그뿐만 아니다. 남측은 6자회담 합의에 따른 대북 중유 지원분 중 ‘사실상 조건 없이 주는’ 초기 5만 t을 떠맡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 생일상에 올릴 전리품을 한시라도 빨리 확정하려는 듯 15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접촉에서 북측은 불과 40분 만에 27일부터 장관급 회담을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긴 자청하는 지원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남측의 대북 지원이 북한으로서는 1년 농사나 마찬가지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이번의 경우는 ‘별 노력도 없는’ 대풍(大豊)이다. 남북대화는 물론 6자회담에서도 ‘핵무기 폐기’는 언급조차 안 했지만 선물부터 챙기게 됐으니 말이다.
이처럼 모든 게 순조로운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가 6자회담 합의와 남북대화 재개를 ‘핵 포기’로 가는 전 단계로 받아들일지 의문이 든다. 이런 대화 합의를 김 위원장의 생일 선물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북핵 문제가 벌써 해결된 듯이 ‘달라는 대로 다 줘도 남는 장사다’며 대북 지원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 대통령의 모습과 넉넉한 생일상을 받고 파안대소했을 북측 통치자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기이한 상황이다.
하태원 정치부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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