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친북좌파인 전교조 민노당은 단결하라”

  • 입력 2007년 2월 9일 18시 47분


이수호 전 민주노총위원장이 민주노총과 전교조, 민주노동당을 친북·좌파 세력이라고 말하며 대선을 앞두고 단결을 촉구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올린 ‘친북·좌파 세력이여 단결하자’는 제목의 글에서 “친북·좌파 세력이란 누구인가”라고 자문한 뒤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충심으로 애쓰는 모든 이들이 친북 세력이고, 자본이나 부당한 권력에 짓밟힌 노동자나 민중, 그와 함께하고 그 편을 드는 자는 모두 좌파 세력”이라며 “친북·좌파 세력의 조직이 전교조요 민주노총이고, 친북·좌파의 정치세력이 민주노동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정권이라도 잡은 듯 오만방자한 한나라당 대표의 연두 기자회견을 보며 기가 막히고 화가 나고 슬펐다”며 “민노당을 강화하고 함께하는 길만이 우리 정치와 사회의 희망이다. 당과 민주노총은 한 몸임을 명심하고 함께 힘차게 대선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만이 진정한 개혁’이라는 따위의 얘기를 당당하게 하고 당연하다는 듯 그 내용을 주억거리며 받아쓰는 기자들을 보며, 87년 민주화투쟁 이후 20년이 되는 해의 벽두에 똥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개혁세력임을 자처하고 그 하나를 자랑으로 먹고 사는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이렇게 능멸당해도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은 교활한 자본의 공세,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서 비롯한 국가 권력의 무능력, 소위 진보 개혁세력이라 자처하는 집단들의 파편화, 냉소, 책임 전가에 의한 분열 등 맞서 싸우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며 “잃었던 10년을 되찾겠다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설치고 있는 수구반동세력도 무시할 수 없고, 선거 기간을 통해 많이 해소되기는 했지만 과도한 정파 활동에 의한 조직력의 약화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제야말로 진정한 통합지도력을 발휘할 때”라고 전제한 뒤 “‘다름’을 부각하기보다는 ‘같음’을 찾는데 힘을 쏟고, 함께 손잡고 나서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부문과 세대와 단체와 정파를 묶어가는 덧셈과 곱셈의 마당으로 나갈 것”을 제안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글 전문▼

마치 정권이라도 잡은 듯이 오만방자한 한나라당 대표의 연두 기자회견을 보며 기가 막혔다. 화가 나고 슬펐다.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만이 진정한 개혁이다’, ‘친북, 좌파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뭉쳐야한다’ 따위의 얘기를 당당하게 하고, 당연하다는 듯 그 내용을 주억거리며 받아쓰는 기자들을 보며, 87년 민주화투쟁 20년이 되는 해의 벽두에 똥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 어찌 나만의 일이겠는가. 개혁세력임을 자처하고 그 하나를 자랑으로 먹고 사는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이렇게 능멸을 당해도 되는가?

그들이 말하는 친북, 좌파 세력이란 누구인가?

그 연두 기자회견이 있던 비슷한 시기 어느 날 새벽, 장안동 공안 분실 형사 여러 명이 전교조 서울지부 통일위원회 소속 두 교사의 집을 덮쳐 가족이 보는 앞에서 연행했다. 교육부는 말할 것도 없고 조선일보 홈페이지에도 모두 공개되어 있는 북한 관련 내용을 통일교육에 활용하려했다는 것이 구속 사유였다. 국가보안법은 퍼렇게 살아있다. 조선일보는 수사하다시피 한 취재를 통해 여론을 조작해서 검찰을 부추기고, 한나라당은 뒷북을 치면서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노무현 정권은 엉뚱한 짓 하느라 아무 대응도 못하는 사이에 수구 꼴통 반동세력만 힘을 더해가고 있다. 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1500명 이상이 집단학살당한 이래 최대 규모의 징계의 회오리가 휘몰아쳐 교육 현장이 쑥대밭이 되고 있는데도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박수소리만 높다. 그리고 전교조는 친북 세력이다.

이라크파병은 어떻고 한미 FTA는 또 어떻게 돼가고 있나? 이 답답한 세상을 죽음으로 항거한 택시 노동자의 불탄 시체는 혼자 냉동고에서 얼어가고, KTX 여승무원을 비롯한 목 잘린 수많은 노동자들은 오늘도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헤매고 있다. 이제 새로운 정규직 모집은 거의 사라져버린 고용 시장, 그런데도 고임금과 강성노조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고 호들갑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좌파 세력이다.

그래, 그들의 분류는 옳다.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충심으로 애쓰는 모든 이들은 친북 세력이다. 자본이나 부당한 권력에 짓밟힌 노동자나 민중, 그와 함께하고 그 편을 드는 자 모두 좌파 세력이다. 친북, 좌파 세력의 조직이 전교조요 민주노총이다. 친북, 좌파 정치세력이 민주노동당이다.

새해를 맞으며 내 소속 조직인 전교조와 민주노총의 임원 개편이 있었다. 새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구성되었다. 어렵고 힘든 시기인 만큼 그들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은 교활한 자본의 공세, 노무현정권의 실패에서 비롯한 국가권력의 무능력, 소위 진보 개혁세력이라 자처하는 집단들의 파편화, 냉소, 책임 전가에 의한 분열 등, 맞서 싸우며 또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잃었던 10년을 되찾겠다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설치고 있는 수구 반동세력도 무시할 수 없고, 선거 기간을 통해 많이 해소되기는 했지만 과도한 정파활동에 의한 조직력의 약화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진정한 통합지도력을 발휘할 때이다. ‘다름’을 부각하기보다는 ‘같음’을 찾는데 힘을 쏟고, 함께 손잡고 나서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부문과 세대와 단체와 정파를 묶어가는 덧셈과 곱셈의 마당으로 나가야 한다. 민주노동당을 강화하고 함께하는 길만이 우리 정치와 사회의 희망이다. 당과 민주노총은 한 몸임을 명심하고 함께 힘차게 대선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 길에 새 지도부가 당당하게 앞장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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