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강재섭 대표, 회담전 '뼈있는' 대화 주고받아

  • 입력 2007년 2월 9일 11시 54분


9일 노무현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대표 회담. 김경제기자
9일 노무현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대표 회담. 김경제기자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9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진 민생회담이 시작되기 앞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도 '뼈있는' 농담을 주고 받아 본회담에서의 팽팽한 긴장을 예고했다.

노 대통령이 우선 회담 성사와 관련해 "여러 번 청을 드렸더니 정성이 통했다"고 말하자, 강 대표는 "오히려 제가 여러 번 청을 드렸다"며 "1년 반만에 (대통령이) 야당대표와 청와대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 때는 대연정, 소연정 그런 것을 얘기했는데, 진짜 민생 문제로 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받으며 그동안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책임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주고받았다.

강 대표가 '민생'문제를 강조하고 나서자 노 대통령은 "좋은 대안을 달라. 빠진 게 있으면 또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어디까지가 민생인지 한번 토론해 보자"라고 제안하자 강 대표는 "개헌 빼고 다 민생"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때 좌중에는 폭소가 터졌지만, 개헌 논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날 회담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강 대표의 '뼈있는' 반박에 노 대통령은 "민생 아닌 것이 없다"면서 "요즘 '부의 미래'라는 책을 보는데 좋은 문구가 있어 메모를 했다"고 말한 뒤 "사람들이 경제정책만 말하는 데 선진경제는 선진사회에서만 이뤄진다. 선진사회를 말하지 않고 선진 경제를 말하는 것은 짧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배석한 한나라당 전재희 정책위의장이 "대통령이 진작 알고 계신 걸 확인한 것 아니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내 말을 안 믿으니까 유명한 학자의 말을 빌렸다"고 응수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경제는 경제정책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사회정책, 사회자본, 안보문제를 다 같이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자 강 대표는 "정치, 경제, 안보가 다 민생이다. 백성 등 따시게 하는 게 경제이고 민생"이라고 꼬집듯 말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개헌 문제의 의제화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일반 분위기를 봐야지"라고 답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강 대표는 시종 회담 의제 등을 놓고 노 대통령과 신경전을 펴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오는 11~17일 스페인, 이탈리아 순방을 거론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주말에 유럽에 가신다고요"라고 말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이 "민생과 관련 없는 것"이라고 하자 "그것도 민생과 관련이 있다. 외국인 투자가 저조하다는 보도가 있는데 가셔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도록 좋은 성과를 거두시기 바란다"고 격려하는 '의외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이 "아주 다행이다. 민생과 관련 있다고 평가해주신다면 대통령도 한결 편하다"고 화답하자 강 대표는 "대통령이 움직이는 게 국정의 중심이고 다 민생과 관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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