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동결이란 단어엔 관심없다”

  •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제5차 3단계 6자회담이 8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재개됐다.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한국 미국 북한 등과의 양자 협의와 이날 열린 수석대표 회의, 전체 회의에 기초해 만든 합의문 초안을 각 참가국에 배포했다. 초안엔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 가동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등 북핵 폐기에 관한 2005년 9·19공동성명의 초기 이행 조치와 대북 에너지 지원, 북-미 관계 개선 등 상응 조치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수주 내에 (비핵화 조치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핵 동결 조치 시한을 합의문에 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미 의견 접근 어디까지=북한과 미국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양자 회동에서 9·19공동성명의 초기 이행 조치에 관한 공동의 구상을 담은 문서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베를린에서 힐 차관보를 만나 비핵화의 초기 단계 조치에 대체로 합의하고 그 내용을 정리한 각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이날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나와 김 부상은 어떤 서명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는 의견 접근을 본 내용을 정리한 비공식 메모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김 부상과 메모 형식의 문서를 주고받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에 북한이 영변 원자로와 핵 재처리시설 등을 동결했다가 재가동하지 못하도록 완전한 ‘폐쇄(shutdown)’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재가동이 가능한 ‘동결(freeze)’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 차관보는 이날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동결’이란 단어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김 부상은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해결해야 할 대치점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이번 회담에서 초기 이행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는 총론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각론에 들어가면 견해차를 좁혀야 할 게 많을 것이다.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지원 분담 문제 걸림돌 되나=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일본은 (북한에)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에 긍정적인 자세를 취해야만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대북 에너지 지원 분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회담 참가국들은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일본인 납치 문제는 핵 문제와 분리해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핵 동결에 대한 상응 조치로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기로 할 경우 미국도 비용 분담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에 연간 50만 t의 중유를 8년 동안 제공했으나 북한이 몰래 핵개발을 계속한 것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바합의 당시 미국 대표단 부단장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의회에선 대북 중유 공급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는 데 대해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고 말한 것도 북한에 대한 에너지 제공에 부정적인 미국의 기류를 보여 준다.

베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