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겠습니다" 북송 국군포로 가족이 영사관에 보낸 편지

  • 입력 2007년 1월 18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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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선양총영사관의 보호를 받다 북송된 국군포로 가족의 편지.[연합]
지난해 10월 선양총영사관의 보호를 받다 북송된 국군포로 가족의 편지.[연합]
"저의 살 길은 할아버지의 고향 대한민국 밖에 없습니다.…부탁드립니다."

지난해 10월 주 선양(瀋陽) 총영사관의 보호를 받다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가족이 같은 해 7월18일 영사관에 보냈던 편지가 공개됐다.

18일 납북자가족모임을 통해 입수한 이 편지에서 L(23) 씨는 자신을 "국군포로 ○○○ 씨의 장손"이자 "북조선 탈북자"라고 소개한 뒤 남한에 가서 형제를 찾으라는 할아버지의 소원도 들어 드리고 열심히 살아보겠다며 한국행을 호소했다.

L 씨는 또 "(탈북 후) 북조선(북한)으로 갈 수도 없고 이번에 잡히면 7~15년 감옥생활을 해야 된다"며 "밤마다 악몽을 꾸면서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서 보낸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 편지에 따르면 그의 할아버지는 1928년 전라남도에서 태어나 국군포로로 함경북도의 한 탄광에서 일하다 1996년 사망했다. 아버지 역시 탄광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자신과 어머니가 석탄을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L 씨는 14살부터 북·중 국경을 오가며 식량을 구했으며 8번째 어머니와 함께 중국에 넘어왔을 때 현지 '사람 장사꾼'에 붙잡혀 한족에 팔려갔다.

1년 뒤 이곳에서 도망쳐나온 L 씨는 3년 간 막노동을 하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돼 1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다.

그는 감옥에서 나온 뒤 다시 탈북해 중국에서 돈벌이를 했으며 더 이상 탈북자 신분으로 생활할 수 없어 한국 입국을 결심했다며 거듭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L 씨는 또한 할아버지가 적어준 남녘 친지의 이름과 주소, 할아버지의 군번 등을 잃어버려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영사관에 보내는 2장 분량의 편지에 자신의 증명사진도 붙였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L 씨가 부모와 형제 등 가족 3명과 함께 입국을 시도하다 지난해 10월 북송된 후 소식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탈북지원단체 관계자는 "보통 국군포로나 그 가족이 중국에서 한국행을 시도하다 북송되면 정치범수용소에 간다"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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