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본격검토 한달여 만에 전격 발표

  • 입력 2007년 1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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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개헌’ 제안까지

“개헌은 정치적 상황상 이미 대통령이 주도할 수 있는 의제가 아니다. 되지도 않을 일을 갖고 평지풍파를 일으킬 생각은 없다.” (지난해 2월 26일 출입기자단과의 산행 간담회)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고자 한다.”(9일 대국민 특별담화)

1년도 안 돼 개헌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9일 특별담화 일정도 일부 핵심 측근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노 대통령은 도대체 누구와 언제부터 ‘개헌 카드’를 협의했을까.

○ 언제부터 논의했나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해 여름부터 (개헌)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두고 대선 공약 사항과 묵은 과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개헌은 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그동안의 정치개혁 성과를 토대로 대통령 4년 중임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에 대한 국민의 뜻을 물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대통령이 ‘개헌 문제도 생각해 보라’고 언질을 줬다”며 “정치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연말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종료 이후부터 이 비서실장과 정태호 정무팀장 등 핵심 측근 10여 명이 주축이 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무기획비서관실을 중심으로 외국 사례 등 관련 자료도 수집했다.

노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하고 있는 한명숙 국무총리도 지난 연말부터 청와대의 개헌 논의에 참여했다는 후문이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발표 시점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고, 한 총리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고 전했다.

○ 왜 9일 발표했나

실무 준비작업을 마무리한 청와대 참모들은 지난 연말 일찌감치 ‘1월 9일’을 담화문 발표 ‘D데이’로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매주 국무회의를 주재하겠다고 공언한 직후 첫 국무회의가 이날 오전에 열리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헌안 발의 후 국민투표까지 90일 정도 소요되는 개헌 일정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예정된 4, 5월경까지 국민투표 절차를 마무리하려면 ‘1월 제안→2월경 발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의 선도 탈당 시사 발언 등 여당의 내홍이 증폭되는 국면을 바꾸기 위해 전격적으로 9일을 ‘D데이’로 잡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이 실장과 정 팀장,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 등이 참석한 참모회의에서 ‘오전 11시 반’ 담화 시간을 최종 확정했다. 담화를 TV로 생중계한다는 방침은 미리 정해졌지만 방송사와 언론사에 담화 계획을 통보한 것은 참모회의 직후였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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